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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태풍이 오면

by 정영의

허리 굵은 키다리나무는

만날 그늘만 드리우더니


세찬 바람이 몰려오니까

가지 끝 이파리 하나까지


흔들리고 휘어지고 꺾이며

앓는 짐승의 소릴 내지만


나는 깊게 허리를 꺾어

내 바람에게 경례할 뿐


바삭바삭 풀피리를 불고

소심하게 샤워도 하면서


나 혼자 편안해도 되나?

남몰래 즐기는 민망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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