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은 곧 켜집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사람의 마음을 휴대폰 배터리에빗대게 됐다.
배터리가 2% 남았을 때 우리는 인터넷 창도, 카메라도, 심지어 통화조차 꺼버린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체력이 방전되면, 웃음도, 배려도, 친절도 자동으로 꺼진다.
며칠 전, 몸이 좋지 않아 하루가 유난히 버겁게 느껴졌다.
다시 운동을 시작한 탓에 온몸이 근육통으로 뻣뻣했고, 며칠째 잠을 설친 몸은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지쳐갔다.
아빠가 급히 외출하시다 집을 안 잠갔을지도 모른다며
“가서 좀 확인해 달라"는 문자를 보내셨다.
이미 몸도 마음도 지쳐 있던 나는, 순간 짜증이 먼저 올라왔다.
억지로 차를 몰고 가봤더니, 문은 아주 단단히 잠겨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아빠께 전화를 걸어 짜증 섞인 말을 쏟아냈다.
그런데 아빤 오히려 웃으시며,
"내 정신 봐라, 요즘 내가 자꾸 깜빡한다니까."하고 가볍게 넘기셨다.
그러더니 덧붙이셨다.
"집에 온 김에, 엄마가 냉장고에 갈비 있으니까 가져가래."
아빠가 준 갈비를 들고 차에 앉는 순간, 문득 깨달았다.
그날 내가 예민했던 건 아빠 때문이 아니라, 내 배터리가 완전히 drained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체력이 바닥나면 작은 부탁도 짐처럼 느껴진다.
마치 배터리 2% 남은 휴대폰 알람 하나에도 초조해하는 것처럼.
그날의 나는 running on empty, 연료가 텅 빈 채 억지로달리고 있었다.
'Drained'는 원래 '물이 빠져나간'이라는 뜻이다.
욕조에서 물이 다 빠져 텅 빈 바닥만 남은 모습처럼,
에너지까지 말라버린 사람을 표현할 때 쓴다.
'Running on empty'는 원래 존재하던 영어 표현이지만, 1977년 미국 싱어송라이터 잭슨 브라운(Jackson Browne)의 노래 제목으로 쓰이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는 "밤새 도로를 달리며, 비어 있는 탱크로 버티는 삶"을노래했고,
그 후로 이 표현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도 억지로 버티는 사람’을 상징하게 됐다.
결국 다정함은 마음에서 나오기 전에,
체력이라는 연료가 먼저 채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가 떨어진 상태에선 아무리 좋은 마음을 품고 있어도 결국 짜증이 먼저 튀어나온다.
Drained
• 핵심 이미지: 물이 빠져 텅 빈 욕조, 말라버린 연못
• 의미: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완전히 빠져나간 상태
• 느낌: 완전히 비워져 아무 힘도 남지 않은 상태
•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
- 완전히 지친 상태
- 에너지가 쭉 빠진 상태
• 예시 문장:
• "I’m so drained after the meeting."
(회의 끝나고 정말 탈진했어.)
• "Driving for hours really drained me."
(몇 시간 운전했더니 완전 기운이 쭉 빠졌어.)
Running on empty
• 핵심 이미지: 연료가 다 떨어져 가는데 계속 달리는 차
• 의미: 에너지가 고갈됐지만 억지로 버티는 상태
• 느낌: 배터리 1% 남은 채로 돌아가는 하루
•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
- 방전된 상태로 버티는 중
- 기운이 다 빠진 채로 움직이는 중
• 예시 문장:
• "You look like you’re running on empty."
(너 정말 방전된 상태 같아.)
• "I’ve been running on empty all week."
(이번 주 내내 탈진 상태로 버텼어.)
두 표현의 차이
Drained - 이미 '다 소진된 상태'
Running on empty - 아직 '버티는 중'
*이처럼 "drained"는 힘이 빠져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 "running on empty"는 바닥났지만 그나마 남은 힘을 억지로 써서 계속 버티는 상태를 나타낸다.
지친 하루에도 나를 다시 켜주는 순간들이 있다.
10분의 쉼이면 몸도 마음도 한결 부드러워지고,
천천히 즐긴 한 끼는 연료보다 더 큰 위로가 된다.
가끔은 세상과의 신호를 끊는 것조차 훌륭한 충전이다.
다정함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매일의 충전으로 유지되는 체력의 결과다.
지켜낸 기분이 성격이 되고,
버텨낸 마음이 결국 사람이 된다.
돌아보니 그날 내가 예민했던 건 아빠 때문이 아니라,
내 배터리가 방전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짜증은 내가 아니라, 내 2% 배터리가 대신 낸 것이었다.
그날 잠깐 멈춰 충전한 마음이, 다음 날의 다정함이 되었다.
관련 표현이나 더 알고 싶은 표현이 있으면 언제든 댓글로질문해 주세요.
다음 회에서 또 만나요! See you in the next episode!
Running on Empty- Jackson Browne
https://www.youtube.com/watch?v=IKnnh8VDU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