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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tain Life Apr 28. 2018

being natural

내추럴 와인 생산자, 무슈 필립 잠봉의 라이프 스타일










 무슈 필립 잠봉 Philippe Jambon은 내추럴 와인 생산자다. 



 그가 만든 와인은 특유의 훈연 향으로 미각을 자극한다. 'Jambon'은 프랑스어로 햄을 뜻하는데 그의 성이 공교롭게도 Jambon이다. 귀여운 돼지 마크로 와인 라벨을 장식한 위트는 마치, 유럽 전통 철학 사조를 제 소양인 양 갖춘 무슈 필립의 정체성과도 같다. 정직하게 닳은 손톱과 얇게 드리운 손등의 각질에서 그의 삶에 대한 철학 그리고 자연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엿본다. 



 부부의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예쁘고 젊은 아이들은 시골의 청순함과 순진함 그리고 그 속의 깊이를 섣불리 가늠할 수 없는 천진한 매력을 풍겨온다. 양 볼을 서로 맞대는 프랑스식 인사는 낯선 이방인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힌다. 그의 막내아들이 인사를 건넬 땐, 보드라운 솜털 가득한 풋 복숭아가 두 뺨에 와 닿는 듯한 환상에 사로잡혀 버렸다. 



 오래된 농기구, 아이들의 어릴 적 장난감, 밭에서 주워 올린 암모나이트, 흐드러진 들 풀, 가지치기한 포도나무 줄기의 더미와 장작, 깨어진 유리창에 덧대 놓은 테이프 조각,  모든 게 자연스럽게 제 자리에 놓여 있으며 흐트러 진 듯 정연하다. 


Monsieur Philippe Jambon's_2017_France_Chasselas


being natural_2017_France_chasselas



 11월의 늦가을이라 포도 수확은 이미 끝난 뒤. 정원 한 편에 놓인 자연스러움 그 자체인 토마토 더미에서 살며시 그의 텃밭이 궁금해 온다. 



 수줍은 미소를 띠며 집 앞 돌담을 경계로 드리운 그만의 정원으로 이방인을 안내하는 무슈 필립. 가을 단풍에 쇠락한 포도 잎사귀와 흐드러진 식물의 군락이 아름답기만 하다. 간밤에 서리가 내려앉는 늦가을 기후에 경작 철이 지났으므로 더 이상 돌보지 않는다는 그의 텃밭은 오로지 자연스러움만이 줄 수 있는 황홀함 그 자체. 



토마토를 지탱하기 위한 지줏대조차 자연의 일부인 양 거슬림 없이 밭과 어우러진 자연스러움. 



저무는 계절의 문턱에서 쇄락해 가는 토마토는 왠지 모를 폐허의 아름다움을 풍기고. 



 마치 한여름 뜨거운 열기 속에 영글었을 푸릇함을 뒤늦게 간직한 풋토마토는 그 나름대로 자연스레 익어갈 것이다. 




 무슈 필립은 점점 말라가는 줄기의 토마토를 수줍게 떼어낸다. 그의 수줍음은 뜨거운 여름 속에서 풍요롭게 화했을 아름다운 토마토 밭을 상상케 한다. 이내 한 입 베어 물고서 잇자국이 드러난 토마토를 그대로 건넨다. 그 맛은 방향감각을 놓아버린 이번 여행의 어떤 공감각적 심상으로 오래도록 기억을 맴돌 것이다. 



양의 귀와 닮았다는 허브, 램스 이어 Lamb's Ear. 



그 자리에 마냥 놓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어디에서건 행복한 마음으로 랑데부하는 귀여운 네 발. 



매직아워에 기다란 그림자를 땅끝으로 드리우며 이 세계의 빛나는 시간을 저 편으로 인도하는 정령들. 





땅에 너부러진 포도 알갱이를 하나 주워 서서히 깨물어 본다. 포도의 달콤한 과즙이 혓바닥을 휘감으며 포도향이 입가에 맴돈다. 입술은 옅은 보라색으로 약간 물들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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