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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tain Life Dec 16. 2017

천국보다 낯선





marché

 

 시장에 나가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인간과 물건, 시간과 공간이 유기적으로 얽힌 하나의 영화 세트장, 혹은 연극의 무대 같다고나 할까. 




Arcade project

 <아케이드 프로젝트>의 도시답게 파리의 소비문화는 일상과 맞물려 있다. 발터 벤야민이 반세기도 더 지난 과거에, 도시 곳곳을 먹어 삼키던 아케이드형 건물 사이로 '자본주의의 맨 얼굴'을 사유하며 소외를 느꼈던 일은 그저 과거형인 것일까? 부조화스러운 듯 조화롭게 진열된 상품 너머로 상점 주인의 애틋한 마음마저 전해 오는 건, 단지 내가 이방인이었던 탓일까?




꽃집 주인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아름다운 꽃다발을 두고서 훗날을 기약한다. 이틀 뒤면 북역의 숙소를 떠나야 하기 때문. 



생선 코너를 스치며 프렌치 퀴진 잡지에서 마주할 법한 흰 살 생선 요리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제철을 맞이한 과일과 할로윈을 휩쓸고 지나갔을 호박 장식 또한 돋보인다.




저녁거리를 위해 장을 보고 있는 커플을 응시하며 그들의 낯선 여행 속에 깃든 보통의 일상 또한 투영해 본다. 정육점 주인의 손끝에서 다듬어진 닭다리살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감탄사를 연발하는 건 생활의 지속성을 찬미해 마지않는 우리의 몫.



프랑스인들에게 치즈는 물 또는 공기와 같이 너무도 당연한 존재일까. 장이 파하기 전, 그날의 신선한 치즈를 헐값에 묶음으로 팔아 치우는 광경은 퍽이나 낯설기도 한 동시 축복처럼 느껴진다. 



이젠 더 이상 아침마다 빵과 커피를 찾아 나서기 위해 거리를 헤맬 필요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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