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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 한수남

by 한수남


그때 나는 나뭇잎 한 잎이 되기를 소망하였다.

모든 추락하는 것들 가운데 가장 우아해 보였으므로

나도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추락하여

한껏 말라가기를 소망하였다.

바스락

빠스락

통쾌하게 사라지고 싶었으나


완벽하게 마르기도 전에

찬비가 오고

찬바람이 불고


이리저리 치이고 뒹구는

신세가 되고 말았으므로

작년에 쓰던 장갑을 다시 꺼내고

작년에 두르던 스카프를 다시 두르고

하루쯤 실컷 낙엽을 밟아보았다.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우리 또한 모두

한 잎 낙엽이 되어 사라져갈 터.


그리하여 11월 30일에는

묻고 싶었던 안부는 물어야 한다는 것

쓰고 싶었던 일기는 남겨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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