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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수남 Dec 02. 2024

눈이 내리네 / 한수남


고열에 시달리는 어린애를 안고 나온 젊은 애비는

문 닫힌 소아과 앞에서 절망하였으나

다시 발길을 서두를 때, 때마침 펑펑 눈이 내렸다.

     

건널목을 성큼성큼 건너는 애비의 품에 안긴

아이의 발간 이마에

새하얀 눈송이는 살풋 내려앉았다.  

    

나무도 꽃도 새도 짐승도

이런 눈이 내리면 모두 좋아라 하였다.

팡팡팡 춤을 추며 내려오는 눈송이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같은 밥같은 눈송이가

저 모르는 아이의 열감기 따위 싹 거두어 가 주기를

건널목에 우두커니  채로 나는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다 어딘가 조금씩

부족하기에, 이런 눈이 오는 거라고 

    

아픈 사람은 아프지 않게

슬픈 사람은 슬프지 않게  

   

눈은 그래서 내려오는 거라고 믿고 싶은

간절한 겨울 아침이었다.


살짝 내린 눈 위에 '눈'이라고 써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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