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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 한수남

by 한수남


무엇이 우리를 주저앉게 하는가?

무릎에 힘이 풀리면서 털썩

엉덩이가 땅에 닿으면서 털썩

허탈하고 허무한 순간이 찾아왔다면

털썩 주저앉는 것도 한 방법이지

넘어진 김에 쉬어가야지, 널브러진 걸레쪽처럼

주저앉아 있으면 눈물도 조금 흐르겠지


무엇이 우리를 일어서게 하는가?

일단 허리에 힘을 주고, 끙

바닥을 짚고 엉덩이를 떼면서, 끙끙


두 걸음 나아갔다면 두 걸음 물러나도 좋아

다시 세 걸음 앞으로 나가면 되니까


걸레로 슥슥, 자리를 닦아야지

내가 깔고앉은 자리인데 내가 닦아야지, 그럼

언제나 조금씩 어긋나는 이 순간이 바로

적절한 타이밍일지도 몰라.

털털 털고 일어나야지

털썩 주저앉은 바로 그 자리에서.


주저앉다(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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