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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HYU Oct 06. 2023

나는 솔로

빛이 나는

나는 <나는 솔로>라는 TV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쓰려는 글은 시청소감도 아니고, 후기도 아니고, 출연자의 이야기도 아니다. 그런데 왜 난 <나는 솔로>라는 주제에 맞춰서 글을 쓰려고 하는가....


그녀는 남들의 연애에 참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연애초창기에 주변사람들에게 사랑의 큐피드이자 중매쟁이였다. 성공률 0% 모두 다 실패했지만, 주변사람들이 사랑으로 피어나는 걸 즐기고, 그것을 보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는 그런 여자였다. 소개팅을 주선해 주고, 어떻게 진행했는지 늘 궁금해했고, 소개팅이 잘 안 되었을 때는 왜 안되었는지 나에게 계속 물어보기 일쑤였다. 그럴 때면 난 맞장구를 쳐주면 특유의 이성적인 생각으로 내가 생각하는 이유들을 나열하며 설명해주었다.


이러한 성격의 그녀는 당연히 <나는 솔로>라는 TV프로그램을 보았다.

만나고 나서부터 <나는 솔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은 늘 꼭 보라는 것으로 끝이 났다. 수요일 밤이나 금요일 밤에는 그녀와의 연락이 힘들다. <나는 솔로>가 수요일에 방송을 하고, 만약 나를 만나 못 본다면 쉬기 전날 그 프로그램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1시간 넘게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 기억에 남아 있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그녀에게 데프콘 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녀의 리액션과 연애에 대한 참견을 보면 패널로 나오는 데프콘과 같은 느낌이었다. 나머지 두분하고는 거리가 먼 큰 리액션을 주로 하고, 감성적으로 접근해서 거기에 참여하는 여러 영철 씨와 영순 씨 등을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 되었고 혹은 좋은 사람들이 되었다.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한 번은 괘씸해서 나랑의 연애나 좀 잘했으면 좋겠는데라고 말은 안 하고 생각만 딱 한번 한 적도 있었다.


나는 <나는 솔로>를 보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

솔직히 난 타인의 연애에 그렇게 관심이 없다. 물론 궁금하긴 하지만, 내가 관심 가진다고 그들의 연애가 더욱 잘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남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웃음이 안 나오는 콘텐츠는 그렇게 즐기지 않는 편이긴 하다. 뭔가를 봐야 한다면 다큐멘터리로 지식을, 런닝맨으로 순수한 웃음을 즐기는 타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보려고 했다.


그때를 기억하자면 <나는 솔로>는 다른 연애프로그램들과는 다르긴 달랐다. 그만큼 더 현실적이었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비현실적인 스펙과 잘생김, 이쁨으로 무장하고 나오는 것에 비하면 <나는 솔로>는 주변에 걸어 다닐 것 같고, 현실적인 스펙과 누구도 있을 법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 정말 현실적으로 연애를 위해 노력하는 느낌이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내용이 이런 내용들이었구나 생각하며 난 분석을 했던 것 같다. 그냥 즐기기보다는 저 사람은 왜 저기서 저렇게 이야기할까... 근데 왜 이름들이 이렇게 촌스러울까... 등등을 생각하며 사람들을 분석하고, 감히 그 사람들의 사랑의 작대기를 지정해 주며 나만의 짝을 만들어 나갔던 것 같다.


솔직한 이야기 지만, 아직까지 그녀가 왜 이렇게 <나는 솔로>를 나에게 강추하며, 즐기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기보다는 내가 즐기는 내용이 아니라서 그런지 나에게는 유익하거나 즐길 콘텐츠는 아니었다.

하지만, 연애 때 억지로라도 보려고 했던 <나는 솔로>를 지금은 찾아보진 않지만, TV를 돌리다가 방송을 하고 있다면 채널고정을 해서 보고 있긴 하다. 그냥 생각 없이 보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긴 하지만, 조금씩 그녀의 TV취향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참 어렵고 한심하다.

이건 막상 옆에 있을 때는 모르다가 없으니 그걸 노력하지 않아도 이해하게 되는 혹은 문제를 틀리고 답을 기억하게 되는 맥락과 같아 보인다. <나는 솔로>를 보면서 나의 기준 이상한 사람들이 많지만, 이렇게 미련가지는 나의 모습도 그들이 보기에는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


그녀의 취향을 제때 알아가지 못해 늦게나마 알아가게 된 것에 나름 슬프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이해했다는 생각에 약간은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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