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때 난 130kg의 초고도비만에서 60kg의 체중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아니, 성공했었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뺀 건강한 살 빼기는 나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방송 후, 반응은 내 마음과 달랐다.
“살 뺀 거 맞아요? 아직 뚱뚱한데.”
작정하고 상처 주는 채찍질 형 댓글과
“10kg만 더 빼시면 예쁠 거 같아요.”,
“긁지 않은 복권이에요! 더 힘내세요”
같은 응원인 듯 응원 아닌
조건형 칭찬 댓글이었다.
'~kg만 더 빼면', '긁지 않은 복권’
내 다이어트 목표가 언제부터 미인 되기였지?
사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살이 쪘던 소아비만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40kg이 되고,
학창 시절은 두 자리에서 세 자리의 체중으로,
20대는 가뿐하게 130kg으로 초고도비만의 자리에 올랐다.
130kg의 20대 여자.
내가 등장하면 주변은 늘 시끌벅적했다.
잔소리, 걱정, 다이어트 비법, 응원까지…
주변은 끊임없이 날 걱정하고, 의식했다.
시끄러운 주변 덕분인지 나는 60kg을 감량했다.
처음 살을 빼니 세상이 재밌었다.
날 한심하게 바라보던 시선이 사라지고,
나를 "대단한 사람" , "의지의 한국인", "모든 해낼 사람"이라며 칭찬했다.
게다가 살이 쪘을 때 하지 못했던 일도 이제 할 수 있었다.
첫 백화점 옷 쇼핑, 첫 셀카.
그리고 첫 연애도 시작했다. 까르르.
그런데 행복은 잠깐이었다.
"조금만 더 빼."라는 주변의 참견도 많아지고, 내 욕심도 과해졌다.
매일 아침, 저녁 체중계 앞에서 나는 단두대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살이 빠지면 온 세상을 얻은 기분이고, 다시 살이 찌면 패배자가 된 기분이었다.
다이어트용 시술에 끌려서 성형외과를 다니고, 예민한 날은 스트레스성 폭식이 이어졌다.
온종일 다이어트 생각만 하는데 살은 갈수록 쪘다.
처음에 1, 2kg이 찌던 살은 몇 달 사이에 10kg이 쪘다.
어느새 쪘다 빼는 요요가 반복되고, 부작용도 함께 왔다.
나의 20대를 오직 살, 그놈의 살을 빼겠다며 시간을 보냈다.
그놈의 살 때문에 인생 참 많이 소비했다.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다.
안 겪어본 부작용이 없다.
이제 30대가 되고 n 년이 흘렀다.
나는 다시 80kg이 되었다.
다이어트는 여전히 내 주변을 맴돌고, 나는 다이어트가 여전히 못마땅하다.
그래도 예전보다 꽤 편해졌다.
자주 보기 싫지만, 가끔 안부가 궁금한 회사 선배 같다고 할까?
그래서 써야겠다. 글을.
내가 겪은 다이어트 욕 좀 시원하게 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