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망가진 내 모습에 주변 사람들과 사이도 나빠졌다.
처음 다이어트를 권했던 엄마는 이제 그만하라며 음식을 내게 줬고,
나는 제발 음식을 치우라며 소리를 질렀다.
남자친구와 관계 또한 더 악화되었다.
자주 굶는 탓에 기력이 약해진 나는 더는 남자친구와 함께 운동할 수 없었다.
남자친구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나는 지금의 나를 비난할 자격이 있냐며 지레 화를 냈다.
탓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목표보다 더 살이 빠졌지만, 불행했고,
평범한 체중이 되었지만, 정상은 아니었다.
처음 살을 뺄 때, 마음먹은 70kg의 건강한 여자는 더 이상 내 목표가 아니었다.
이제 나도 내 다이어트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이 와중에 다이어트약은 더 이상 효과가 없었다.
배가 고플 때마다 다이어트약을 무더기로 먹었지만, 계속 배는 고팠다.
가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폭식하는 날도 생겼다.
나는 음식을 먹으면 죄책감에 시달렸고, 결국 먹은 음식을 모두 토했다.
음식을 먹고 처음 토를 한 뒤, 나는 곧장 체중계로 달려갔다.
성공이다. 체중이 늘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굶지 않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뭐든지 처음이 어려웠다.
첫 다이어트, 첫 유산소, 그리고 첫 먹토.
그래. 이제 굶지 말고, 먹고 토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먹고 토하는 일은
내게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을 만나서 원하던 평범한 식사를 했다.
직장동료와 브런치, 남자친구와 레스토랑 데이트, 친구와 유명한 뷔페 식사까지….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외식도 했다.
드디어 내가 밥을 먹는다며 가족들은 무척 기뻐했다.
내가 좋아하는 주꾸미볶음을 주문하고, 아빠는 잘 다듬은 굴비를
내 밥 위에 올려줬다.
아빠는 다이어트는 그만하라며 신신당부했고,
나는 웃으며 연신 화장실 갈 기회를 엿봤다.
식사를 다 마칠 때쯤, 나는 가족에게 배가 아파서 시간이 걸린다며
거짓말을 하고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변기에 얼굴을 박았다.
처음 먹은 음식이 나올 때까지,
계속 토했다.
30분쯤 지났을까.
왜 이렇게 안 오냐는 엄마의 전화가
오고서야 구토를 멈췄다.
목에서 피 맛이 났다.
한참 토를 하고 나오니 세면대 거울 앞에,
많이 지쳐있는 여자가 보였다.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엉망이고,
눈은 아무 희망이 없어 보이는….
삶이 지친 여자가 거울 앞에 있었다.
'다이어트 전에는 그래도 행복한 적이 있었는데….'
과연 누가 더 나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