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능'을 넘어 '세상'을 기획하는 사람

365 Proejct (273/365)

by Jamin

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14: F&B 프랜차이즈의 무대론 에 이어서

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15: 무인화를 넘어서 에 이어서

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16: 산업의 OS 를 새로 쓰는 혁명 에 이어서

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17: AGI로 가는 길 에 이어서



프로덕트 매니저의 다음 10년


지난 10년간 프로덕트 매니저(PM)는 누구보다 능숙하게 애자일(Agile)의 언어를 구사해왔다. 우리는 스프린트와 백로그, 사용자 스토리와 기술 스펙 문서의 세계 속에서 제품을 빚어내는 전문가로 성장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잘 닦인 길 위를 효율적으로 달리는 법을 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앞에 놓인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이 길 위에서 속도를 내는 것만으로 다음 10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미래 PM의 가치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를 얼마나 매끄럽게 관리하느냐에 있지 않다. 그 가치는 우리가 기획하는 대상이 '기능(Feature)'의 세계에서 벗어나 금융, 건설, 의료, 에너지와 같은 '현실 세계(Real World)'의 복잡한 문제로 이동할 때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매니저'에서 '세상의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덕트 총괄'로 진화해야 한다.


첫 번째 사명: 당신의 '세상'을 선택하라


첫걸음은 내가 몸담을 '세상', 즉 나만의 '섹터'를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전문성이 'B2B SaaS 프로덕트' 혹은 '이커머스 플랫폼'과 같이 소프트웨어의 형태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나는 금융 산업의 문제를 푸는 PM이다" 혹은 "나는 건설 현장의 비효율을 해결하는 PM이다" 와 같이 스스로를 재정의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해당 산업의 역사와 규제, 현업 종사자들의 암묵지, 그리고 그들이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고질적인 '문제의 맥락' 속으로 깊이 파고드는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 10년간 쌓아온 소프트웨어 기획 및 개발 경험은 그 누구도 갖지 못한 '비대칭 무기'가 된다. 현업 전문가는 문제를 알지만 기술적 해결책을 모르고, 기술 전문가는 해결책은 알지만 문제의 진짜 맥락을 모른다. PM은 바로 그 둘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메우는 유일한 존재, 즉 '문제 해결의 아키텍트'가 된다.


전문화의 역설: 깊되, 유연하게


물론 하나의 섹터를 깊게 파고든다는 것이 그곳에 영원히 갇혀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진짜 핵심 역량은 '하나의 산업을 깊이 있게 학습하고, 그 문제를 기술로 재해석하여, 솔루션을 설계하는 전 과정을 체화하는 능력' 그 자체에 있다.


금융 섹터에서 이러한 사이클을 한 번 성공적으로 경험한 PM은, 그 경험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건설이나 헬스케어 섹터에도 훨씬 더 빠르게 적응하고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의 진정한 전문성은 특정 산업 지식이 아니라, 어떤 복잡한 세상의 문제라도 '프로덕트의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를 추구하되, 언제든 새로운 세상으로 뛰어들 수 있는 유연한 탐험가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과업: 스프린트를 넘어, 세상의 문제를 향해


이러한 PM의 하루는 더 이상 Jira 티켓을 업데이트하고 스프린트 계획 회의를 주재하는 데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의 시간은 은행의 규제 담당자와의 인터뷰, 건설 현장의 소음 속에서 현장 소장과의 대화, 병원의 복잡한 의료 데이터 흐름을 분석하는 데 더 많이 쓰일 것이다.


우리가 작성해야 할 문서는 기능 명세서가 아니라, 특정 산업의 낡은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할 새로운 AI 서비스의 수익 모델 분석일 것이다. 우리가 최적화해야 할 것은 앱의 클릭률이 아니라, 공장의 공급망 전체의 효율성일 것이다. 애자일과 같은 개발 방법론은 여전히 유용한 도구이지만, 그것은 더 이상 우리의 목표가 아닌, '세상의 문제'라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결국 프로덕트 매니저의 다음 10년은 '어떤 기능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벗어나 '세상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나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역할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영향력의 차원을 바꾸는 근본적인 전환이다. 세상은 우리의 기획을 기다리는 복잡하고 의미 있는 문제들로 가득 차 있다. 이제 회의실을 나와 그 세상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AGI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