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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뉴욕

맨해튼 주택가, 모홍크 국립휴양지

by Suyoung





차를 세워 둘 수 있는 곳은 항상 중심가 아파트보다 한 두 블록을 지나 좀 외진 곳이었어.

경비원이 없는 낡고 때 묻은 건물들이 겨울의 흐린 하늘과 어우러져 더 무채색으로 보이던 그 길을

걸어 내려오다가 모퉁이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연어 한 토막과 브로콜리로만 구성된 소박한 저녁을 먹곤 했는데 2,30대의 젊은 여자들이 많아

실내 분위기는 항상 밝고 유쾌한 웃음들이 감돌았지. 마치 영화 '귀여운 여인'의 주인공과 친구가 미용사와 같은 새로운 일을 배우겠다고 선언하던

그런 동네 같기도 하고...

계산대 앞의 줄에 서면 뉴요커들답지 않은 편견 없는 환한 눈웃음과 소탈한 인사말들이 던져져 와 나를 급 당황하게도 하던....!


어쨌든 맨해튼의 주택가는 아래로 내려올수록 좀더 윤기나고 정갈해져. 아침 이른 시간에 길을 나서면

아파트들의 현관문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심심치 않아.

작은 동네 교회가 아파트 라인에 티 나지 않게 자리하여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았다면 교회인지도 몰랐을 거야. 크리스마스 리스가 예쁜 현관이라 들여다보다가 추위도 잠시 덜며 가족같이 자유롭고 따스한 분위기의 예배시간을 나무 계단에 앉아 즐겼어.

대부분 100여 년 식의 연륜을 가진 맨해튼의 아파트들은 수도꼭지를 틀면 삐걱삐걱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기초가 탄탄하여 난방이 매우 풍족하고 쾌적하단다. 오래된 시설 그대로 노년의 질 좋은 삶을 보내기에 좋은 동네 같아. 센트럴 파크에서 애완견과 산책하고, 저녁에 메트로의 오페라나 브로드 웨이 연극을 가는

아직도 서로에게 남성성과 여성성을 엄청 풍기는 멋쟁이 노부부들이 자주 눈에 띄었어.

동네 마켓에선 너무 많은 양질의 치즈와 버터 때문에 잠시 고민에 빠지고 음식 재료만큼이나 신선하고

풍성한 꽃들이 눈에 밟혀 내가 여행자라는 것을 잊고 꽃 한 다발씩을 사고 싶은 충동에 빠지곤 했지.




흐린 날 로어 맨해튼에 갔어.

이 곳은 직장인들이 많아선지 사람들이 대부분 올드하지 않아. 페리를 타고 출퇴근한다는 젊은 아가씨들, 흑백의 그녀들에게선 정말 다른 개성이 묻어나지.머리를 높이 틀어 올린 늘씬한 몸매의 흑인은 모델 같기도 하고.. 내가 뉴욕에 와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많은 흑인 아가씨들이 바비인형처럼 예쁜 모습을 지녔다는 것이야. 연말의 5번가에서 산타 복장으로 노래하던 구세군이나 초콜릿, 샴푸 가게, 세일 중인 브랜드 매장 입구에 선 그녀들은 모두 곁의 백인 동료가 무색하게 너무나 매력적이었어.

그러나 여행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공존하는 그들 사이 저변에 깔린 싸늘한 흑백대립의 기류를 저절로 감지하곤 했었지. 흑인들이 우리에게 좀더 동지애를 느끼는 지 비교적 친절하더군.

운무 속에 갑판에 나가 카메라를 들고 자유의 여신상을 몇 장 찍었지만 여행객인 내가 이상해 보이는

서류 든 직장인이 많은 시간대의 페리,,,



모홍 마운틴 하우스

연말에 대선에 패배한 힐러리가 뉴욕 북부 한 국립공원 내 리조트에서 민낯의 다소 허한 모습으로

핸폰 삼매경인 사진이 세계의 매스컴을 탔었어.

붉은 포인세티아 화분이 창틀마다 놓여지던 12월의 모홍 마운틴 하우스는 내게도 매우 특별한

방문지였지. 뉴저지 외곽을 30여 분 달려 가 산 중턱에 주차를 하고도 10여 분을 더 걸어 올라가면

살얼음 낀 큰 호수와 빅토리아풍의 거대한 성채 같은 낡은 리조트 건물이 나와.

150년이나 된 낡은 건물인데 뉴욕인이 꼽는 가장 로맨틱한 장소라고 하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Mohonk은 인디언 말로 '하늘 위의 호수'라는 뜻인데 나는 깊은 산중턱에 웬 호수냐고 신기해했지.

내부에서 만난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은 매우 비싼 숙박비를 지불하고도 겸허함과 넉넉함이 몸에 밴

미소를 낯선 이들에게도 건네며 고즈넉한 연말을 즐기는 듯 했어.

맨하탄 중심가에서 주로 마주치는 이들과 좀 다른 인생의 넉넉함이 느껴져.


화려함이 없는 낡고 오래된 가구들, 창틀에 놓인 긴 나무 화분 속의 어린 수선화나 포인세티아,

유명인들이 머문 코너마다의 낡은 흑백 사진들...모두 기억에 남을 곳이야.

살얼음 낀 호숫가에 즐비한 흔들의자들은 세계에서 제일 바쁘다는 뉴욕인들에게 가까이 위치한

자연 휴양림으로서 제 역할을 한다는 걸 느끼게 했어. 참! 힐러리 여사는 보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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