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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Nov 23. 2023

무료 만삭사진 거부하고 33000원에 셀프로 해결하기

43세 딩크족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지다. 



조리원을 예약하면 연계 혜택으로 앨범 한 권을 준다. 만삭사진 + 본아트 + 50일 사진 각각 1장씩 총 3장(6page)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샘플을 보여주었다.


다음날 스튜디오에서 전화가 왔다. 만삭사진 스케줄을 잡아야 한다고. 미리 날을 잡아둬 배가 예쁘게(?) 불러 있는 31~33주 경에 촬영할 수 있다며 아직 미모에 미련이 남은 배불뚝이 임산부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뭘 좀 아시는 분들... 


그 후 거의 매주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좋은 시간대나 주말은 예약이 빨리 차는 편이라면서. 임산부는 결국 32주에 예약을 잡고야 말았다.


예약을 하고 나니 문자도 날아왔다.


헤어, 메이크업은 물론 의상 소품까지 무료!
만삭 액자와 축하 특별 선물까지 드립니다.


대체 이렇게까지 해주는 이유가 뭘까?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로 했다.


"여보세요? 질문이 있어서 전화했는데요...."


결론은?

무료 만삭 사진은 성장앨범 홍보를 위한 목적이고, 촬영 후에 성장앨범을 계약하지 않으면 만삭사진 파일을 받을 수 없다. 몇 시간씩 노력한 결과로 300장의 사진이 생성되었다 해 액자에 들어갈 사진 달랑 1장만 준다.


만일 당신이 열심히 헤어, 메이크업하고 작가님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며 찍었던 사진이 갖고 싶다면? 사진 값 30만 원을 내야 한다. 만일 사진이 필요가 없다면 그냥 가도 된다.


그러보통은 노력이 아까워서 사진을 구입하거나 아기 성장앨범을 계하게 된다. 성장앨범은  백일과 돌 사진 촬영, 액자나 앨범 구성에 따라 140만 원에서 많으면 300만 원에 달한다.


난 싫다. 무료 사진이라고 해놓고 사진 값을 받는 것도, 비슷비슷한 콘셉트의 백일, 돌 사진 앨범도 싫다. 사진을 찍고 난 뒤 작은 방에 들어가서 30만 원이니 300만 원이니 듣는 것도 싫다. 싫은 것 많은 40 짤.


그런 연유로 결혼할 때 스튜디오 사진도 찍지 않았다. 결혼식에 필요한 사진은 베트남에서 찍었던 스냅사진을 사용했다 


베트남에서 찍은 스냅사진 


스튜디오 사진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자연스럽고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다.




스튜디오에 전화를 걸어 무료 만삭 사진 예약을 취소했더니 굉장히 의아해하시며 "변경이 아니라 취소 맞으세요?" 하셨다. "네 취소요." 참 나도 별종이다.


셀프 사진관을 검색하니 우리 집 앞에도 있다. 1시간에 33000원. 3장은 출력해 무려 액자에 넣어준다.


사진관으로 가는 동안 남편에게 물었다.

"아니, 렇게 장사하셔서 돈이 ?"


도착하자 서글서글한 인상의 젊은 작가님은 사진 찍는 방법과 주의 사항을 설명해 주셨다. 촬영시간은 30분. 만삭사진 찍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그 후 작가님이 사진을 몇 장 더 찍어주시고 셀렉하면 액자에 넣어주신다. 



 

30분 동안 최대한 배를 부풀려 임산부 티를 내 보았다. 이럴 때야 말로 배에 힘을 풀고 마음껏 뱃살을 자랑할 수 있다.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여러 모양새를 만들어 보았다. 되게 재밌네 이거?


무료 만삭사진에 끌려가지 않은 나.
칭찬해.


 

끌려다니지 않는 인생을 주도적인 인생이라고 말한다. 인생을 주도하면 장점이 많다. 선택지를 스스로 늘어놓고 고를 수 있다. 누군가의 필요를 채워주지 못해 미안해하거나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오로지 자유롭게 선택하고 책임지면 된다. 


어떻게 하면 주도적으로 살 수 있을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료하게 알지 못하면 자연히 끌려가게 된다. 무엇을 원하는가? 그것을 알수록 인생이 즐거워진다. 


나의 취향도 명료하다. 그래서 스스로 만든 만삭사진이 좋아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같은 맥락에서 내 아기 봄을 떠올려본다.



공부하기 싫으면 안 해도 좋다. 부모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끌려 다닌다면 나는 나의 육아를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봄이 자라며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그렇게 기다려주고 싶다. 


제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해도 잘 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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