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수연 Feb 02. 2024

아기가 싫어서 노키즈존만 골라 다녔는데.



모두 잠든 밤.

스나이퍼처럼 아기 침대로 잠입한다.

최대한 허리를 숙여 아기의 냄새를 맡는다.


개처럼 킁킁거리며

너무 크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작지도 않게


냄새를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작게 킁킁대면 목적 달성에 실패하기 때문에

적당한 사운드로 헉헉 대며 냄새를 식별해 본다.


아뿔싸.

그 냄새가 난다.

구리구리한 그 냄새.


어쩌지.

새벽인데.

갈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직 미숙한 손길로

허버허버 기저귀를 갈다보면

아기의 잠은 어느새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아기는 나의 속도 모른 채 그저 평온하다.

자신의 엉덩이와 사타구니가 그것으로 범벅이 된지도 모른 채...




오. 신이시여.

손에 물을 묻혀야 할 정도의 사건이 아니길

물티슈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그 정도의 그것이길.


교회도 안 가면서 성부성자성령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 조용히 기저귀를 열어본다.


아앗!!

그것은 있어야 할 곳을 지나 허리 부근까지 침범해 있다.

이것은 필시 기저귀의 문제다!!!

어째서 그것이 자유롭게 활보하도록 용인한단 말인가!

 

통탄을 금치 못하는 나를 비웃듯이

옷에 묻고 손에 묻고 시트에도 묻고....


얼른 아기를 에 둘러메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아기는 어리둥절 영문도 모른 채 들려가고 있다.

너무 당황해서 눈물도 나지 않는가 보다.

나는 그것이 귀엽지만 일단은 서둘러 물을 찾는다.


엉덩이에 낀 그것을 손으로 싹싹 닦으며.

보송한 수건으로 엉덩이의 물기를 톡톡 닦아주며.

하얀 새 기저귀로 무해한 엉덩이를 감싸준다.

 

미쳤다.

아기가 싫어서 노키즈존만 골라 다녔는데.

아기가 너무 예뻐서 그것마저 예쁘다!!!!!


이것이 바로 40일 아기와 함께하는 예전 딩크족 여자의 밤.

 


안녕하세요!

폐경인줄 알고 산부인과 갔다가 임신 출산까지 하게 된 딩크족 40대의 BABY 이야기,

매주 금요일 발행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