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내 아기인지 아니면 살짝 바뀌어 온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의료진을 신뢰하는 것과 별개로 대부분의 사건은 우연히 일어나므로 한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내 눈으로 즉시 확인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자연분만보다 불리하다. 그러므로 수술을 앞둔 임산부는 남편의 손을 잡고 단단히 부탁했다.
"꼭. 나오자마자 영상으로 남겨줘. 혹여 바뀌더라도 내가 찾을 수 있게......"
이윽고 엄마 뱃속에서 무사히 탈출한 아기가 간호사에게 안겨 등장했다고 한다. 남편은 임산부의 마지막 부탁을 실행하기 위해 갓 태어난 아기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두었다.
지옥 같은 고통과 사투를 벌이다 드디어 정신이 돌아온 산모에게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기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 아기는 너무나 너무나 그러니까 그냥... 고구마 같았다. 빨간 고구마. 못생긴 고구마.
너는 누구니?
흡사 구황작물
그날 밤, 신생아 면회시간.
배를 짼 산모가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있는 동안 남편은 비장하게 카메라를 손에 쥐고 홀로 떠났다. 수분 후 깨끗이 씻어서 말린 아기의 사진을 담아 들고 돌아왔다.
"귀엽지?"
남편이 내민 사진 속에는 깨끗이 껍질을 벗겨 말린 감자가 있었다.
나는 구황작물을 낳은 걸까?
예상하지 못한 얼굴.
너무나 색다른 얼굴.
내 뱃속에서 나왔다면 적어도 날 조금이라도 닮아야 하는 거 아닌가? 눈 코 입 죄다 처음 보는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애가 바뀌었나.....
너는 누구니?
다음 날 오전 또다시 찾아온 신생아 면회시간, 산모는 힘을 내어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상황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비장한 각오로 링거를 주렁주렁 매달고 신생아 실 앞에 선 것이다.
간호사는 면회카드 속 내 이름을 확인하더니 어디선가 아기 침대 하나를 달달 끌고 왔다. 그 안에는 어제 사진에서 본 그 아기가 숨을 헐떡이며 잠을 자고 있었다. 입가에 분유자국이 선명하다.
어머 너 사진빨이 안 받는구나?
작아서 귀엽다만.... 그래도 말이지...
너는 누구니?
침대로 돌아와 누워 아기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내가 낳았지만 나와 전혀 닮지 않았다. 나의 동지인 남편은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다.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버렸다.
나는 남편 미니미를 낳은 것이구나! 갑자기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우리 아기는 생뚱맞은 외모가 아니었다. 남편이 내 몸을 통해 자기 dna를 복제했다. 내가 낳은 아기가 맞나 보다 싶다.
분만 4일째 되는 날 드디어 아기를 안아볼 수 있는 날이 되었다. 간호사는 내 이름을 확인하고는 아기를 데리러 갔다. 나의 심장은 두근거리고 내 손과 발은 주인을 잃은 종처럼 안달복달하고 있었다.
돌돌 말이 김밥처럼 하얀 속싸개에 감싸진 채로 내 품에 안긴 아기를 보며 그제야 실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