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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Jan 19. 2024

Prologue_아기를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딩크족에게

* 본 글은 아기 낳기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 딩크족과 유자녀 부부의 삶을 모두 경험한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아빠가 되고 싶다면 나랑 결혼하면 안 돼.
난 아기 안 낳을 거니까.


결혼을 원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꼭 미리 고지해야 하는 중대한 사실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자의 생각이다. 결혼하고 나서 갑자기 "아기 안 낳을 거야!"하고 선언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썩 원하진 않지만 생기면 낳아야겠지.'정도로 출산에 대해 명료하게 정리하지 않은 여자야 상관없겠지만 나처럼 임신 출산은 절대로 싫다는 여자는 결혼 전에 확실히 해야 한다.


"결혼을 꼭 임신 출산과 연결시킬 필요가 있나요?"하고 물으시겠다면 조용히 이 글을 덮어주시라. 인간의 짝짓기와 번식 본능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임신 출산은 물론 결혼 생활도 힘들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자기 씨를 뿌려 번성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그렇다. 당신의 그 본능! 진심으로 존중한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자녀를 낳아 행복하게 사시라고 축복하는 바이다.


다만 상대가 내가 아닐 뿐. 임신 출산이 없는 결혼이라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


더불어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너와 내가 아무리 활발히 번식하고 싶어도 척박한 땅에서는 어림도 없다는 걸. 




나의 인생을 돌이켜 보면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척박한 땅과 같았다. 적어도 정서적으로는 그랬다. 황무지에 핀 들꽃처럼 언제 말라죽을지 몰라 불안하고 초조하게 살았다. 그런 내가 감히 아기를 낳아 키운다고? 어림도 없지.


변명을 좀 해보자면 무자녀 선언은 단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상대의 행복을 위해서도 내쪽에서 단호하게 선을 그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무자녀 선언을 옵션처럼 선택할 수 있지만 나의 이십 대 시절에는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낳는 부부가 훨씬 많았다.


결혼을 하더라도 애는 안 낳아.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안 된 남자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차분히 대답한다.


네가 나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되면 우리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어 질 거야.


그렇지. 아예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청개구리같은 나의 마음은 콘크리트처럼 오히려 더욱 단단해진다.


아니, 그럴 일은 없어. 지금 이 순간 대답해.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다면 나한테 결혼 얘긴 하지 않겠다고.



이런 사유로 여자는 결국 절대로 결혼하지 않았다.... 는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토록 임신 출산을 혐오하건만 결혼은 왜 했냐고? 지금의 남편은 나보다 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이에 결혼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 때쯤이었다. 서울 시내가 훤히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다가 그가 내뱉은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난 아기 필요 없어. 너도 그렇다고 했지?"


이런? 당해보니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역지사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몸소 깨달으며... 당시 남자친구였던, 현 남편에게 소리를 빽 질렀다.


"야, 너 아기도 안 낳을 거면서 왜 나랑 결혼하자고 해?"


그의 대답이 더 가관이다.


"너 아기 낳으려고 나 만나는 거야?"


양심도 없지 진짜. 나를 닮은 예쁜 아기가 갖고 싶지 않은 거냐고. (응?)


어쨌든 우리는 무자녀로 살겠다는 의지로 대동단결하여 결혼에 성공했고 6년간 자유롭게 잘 먹고 잘 살아왔던 것이다.




어느덧 여자는 40살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여자는 60살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런데 난데없이 어느 장면이 떠올랐다. 외국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나이 지긋한 교수님과 와인을 한잔 마시며 아들의 축하 전화를 받는 모습.


엥? 이게 무슨 상상이냐...


나는 왜 교수님과 외국의 레스토랑에 갔을까?

나는 무엇을 축하받아야 할까?

나는 아이를 낳지 않을 건데 아들은 뭐지?

입양을 하고 싶은 걸까?


이상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의 상상은 굉장히 선명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은근히 물었다.


있잖아, 60대의 우리에게 아이가 없어도 괜찮을까?



남편은 여전히 말린 누룽지처럼 단호하다. 1초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물론이지. 아이는 없어도 돼.
난 너만 있으면 돼.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따뜻한 물줄기를 맞으며 흥겹게 샤워를 하다가 문득 본인이 오래도록 생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헉. 설마 임신?


부들부들 떨리며 오금이 저리기 시작했다. 나의 자유, 어른 둘만의 잉여로운 시간들, 매일 밤 아무렇게나 먹고 마시는 야식과 알코올을 빼앗길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 마음은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잠시나마 아이가 있는 상상을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큰일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있는데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생리를 시작했다. 불규칙한 생리현상에 짜증이 나면서도 엄청난 안도감이 든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아기는 안돼. 나이만 먹었지 준비는 조금도 안되었다. 아기를 낳겠거든 50살이 넘어 낳자.


그때는 몰랐다.

50살에 아기를 낳는다는 건 벼락을 맞거나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 힘든 일이라는 걸.




어느덧 여자 나이 43살이 되었다.


자궁에 용종을 떼러 갔다가 얼떨결에 알게 된 임신 소식에 여자는 눈물을 광광 흘렸다. 눈물의 의미는 알 수 없었다. 충격적일 만큼 당황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하게 벅차올랐다. 알다가도 모를 감정이었다.


어쨌든 물은 엎질러졌고 돌이킬 수 없다. 무자녀의 삶이 끝이 났다.

감당할 수 있나?


단 한 번도 아기를 좋아해 본 적 없는 여자. 실감이 안 나 태교도 한번 하지 않았다.


집도 없고 물려받을 재산도 없다.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워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이런 인생을 아기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임신 시절을 보내서일까? 출혈이 계속되어 37주에 응급 제왕으로 꺼낸 아기는 양수에 태변을 봤다.


그랬던 여자가 출산 후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의 제목이 그렇듯이 아기는 여자에게 찬란한 기쁨이 되었다.  


나는 아기를 낳으라고 권유하고 싶지 않다 다만 만일 당신이 새로운 경험을 좋아한다면, 빠르게 흘러가는 인생이 아쉽다면, 인생이 한 한 번뿐이라는 사실과 언젠가 죽어야 한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는다면, 그래서인지 더 늦기전에 아기를 낳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다면...


딩크였다가 얼떨결에 아기를 낳은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후회없는 결정을 하길 바란다.  


물론 어느 선택이든 값지다!

누구보다 당신이 소중하니까!




안녕하세요! 송수연입니다.

40대 출산 아기 탄생의 기쁨은 매주 금요일 연재됩니다.


구독자 여러분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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