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언니, 아기 낳으니까 좋아? 추천해?

by 송수연




친한 동생이 물었다.

언니, 아기 낳으니까 좋아? 추천해?

나 너무 고민돼.



나는 있지,
딩크의 삶이 초콜릿 같은 삶이라고 생각했어. 달콤해서 좋았거든. 그대로가 좋았어.

아이 낳아서 알게 되는 기쁨?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았어. 40 중반에 난데없이 아기가 생겼지만 말이지.

근데 있지,
지금의 삶도 초콜릿 같아.
그전의 초콜릿이 마트표 초콜릿이었다면
지금의 초콜릿은 마치... 공기 한 방울 없이 꾸덕한 초콜릿 케이크 같다랄까?

인생케이크!

그런데.... 이건 사람 성향에 따라 다르니 너무
무리해서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때론 시간이 자연스럽게 정해주기도하니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기를 낳을까 말까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마흔 넘어 아기 낳은 나에게 묻는 것이다. 아기 낳으니까 어떤지, 좋은지, 좋다면 어떤 부분이 좋은지..... 결론적으로 본인에게 추천하는지?


그런데 사실 나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원래 뭘 잘 정하지 못한다. 우유부단 순도 100%의 인간이 있다면 바로 나다. 짜잔! 마음이 1분 단위로 휙휙 바뀐다.


오죽하면 우리 남편이 날 보고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 싶어서 진심으로 연구했다고 한다. 나중에는 본인만의 해답을 찾았다. '아 그냥 이 여자는 결정이라는 게 없는 여자구나....'


하물며 출산? 일생일대의 결정은 내게는 너무 어렵다. 오전에는 '그래해야지.' 싶어도 저녁에는 '절대 안 돼!' 할 변덕쟁이가 나다. 어쨌든 그러므로 내게 의견을 묻는 여성들의 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울어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매직 오호오호


나는 닭띠이다. 사주가들이 말하기를 닭의 특징이 늦은 결혼이라던데 그래서 그런지(?) 내 주변엔 40넘은 미혼이 많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법, 40 중반에 가까워지자 비로소 그들도 하나둘씩 짝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임신했던 43살에는 무려 두 중년여성이 사랑에 빠졌고 그토록 원하던 결혼에 성공했다. 그녀들은 결혼하면 아기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국사회에서는 꽤 모범적인(?) 여성들이다.


"나 무조건 빨리 아기 낳을 거야!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니까 허니문 베이비부터 시도해야지!"


그들은 43살에 결혼하여 임신을 시도했고 45살이 된 지금은 다른 말을 한다.


이제 너무 노력하지 않으려고.
이렇게 둘이서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중년의 나이에 1년을 노력했으나 아기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슬펐습니다 하고 끝났다면 속상하겠지만 오히려 그렇게 애쓰는 동안 마음이 서서히 괜찮아졌다. 미래의 후회를 어느 정도 덜어낸 것이다. 내가 무자녀의 삶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하며 후련한지 미소 지었다. 아기를 낳으면 20년은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니 현실적으로 계산해 보니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맞을 테다.


그녀들이 만일 일찍 결혼을 했다면 그렇게 빨리 임신을 서두르지 않았을 테다. 그리고 똑같이 고민을 했겠지. 지금 낳을까, 조금 더 즐기다가 낳을까. 그러나 운명의 신은 그녀들 대신 결정해 주었다. 출산의 염원이 서서히 사라져 간 것이다. 더 이상 고민하며 결정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나의 소중한 지인 중 한 명은 생각지도 못한 이른 폐경이 왔다. 그녀는 마음이 아팠다. 그녀가 슬퍼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결혼, 출산을 못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폐경이 올 때까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생각에 슬펐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다르게도 말이다.



인생의 가장 큰 일을 앞두고 좋은 결정을 내리고 싶어서 고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나도 아름다웠을까?

모르겠다. 나는 그때 너무 힘들기만 했으니까.


얼떨결에 애엄마 되어서야 알겠다.

정하지 못하겠다면 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시간이나 상황이 정해주기도하니까 너무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어찌 되던 둘 다 좋은 삶이니까.

진짜로.







안녕하세요, 송수연입니다.

제가 부켓에서 연재하게 되었어요!

모두 여러분 덕택입니다. 우하하



부켓 매거진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그럼 행복한 겨울 보내세요!


뿅!




keyword
이전 18화44살 엄마와 11개월 아기의 후쿠오카 당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