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수연 Mar 12. 2020

대체 나는 누구인가요?

도대체 진짜 나를 찾는다는 것이 뭐지?


대체 나는 누구인가요?


혼란스러웠던 어느 여름,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산티아고로 떠나며 나는 이 여행을 '나를 찾는 여행'이라 명명했다. 그동안 알던 내가 너무 싫었다. 내 삶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는 살 수 없었다. 나를 미워하며 살기에 30대의 나의 삶은 너무 빠르게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은 단지 내 선택들을 합리화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같은 것이었다는 것을 모든 것이 깨부숴진 후에 알게 되었다.


소중한 것들을 잃었다.


무엇이 더 소중한지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나를 몰랐기 때문에 나에게 중요한 것도 몰랐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던 것이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껏 살았던 삶을 정리하고 새 삶을 살기 위해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를 찾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은 누군가에게 당신을 소개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에세이 '무라카미 잡문집'에서 누군가 멋대로 적은 글에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생각되는가? 그가 자신에 대해 직접 설명한 내용보다 그의 글에서 그의 생각, 감정, 사상, 욕구 등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설명하는 나와 남들이 설명하는 내가 다르다면 둘 중 어떤 내가 진짜 나일까?

때로는 남이 아는 내가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 


동의할 수 있겠는가?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에서 나를 인식하는 조하리의 창 이론

 


찰나의 순간을 함께 했을 뿐인데 편안한 사람이 있다. 그 반대의 사람도 있다. 오래 알아도 모호한 사람. 그런 사람과 오래 있으면 이유 없이 마음이 불편해진다.


나도 알고 남도 아는 영역이 넓을수록 서로 편안해진다. 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나의 괴리가 커질수록 서로 불편해진다.


대체 왜 괴리가 커지게 되는 것일까?



슬픈 완벽주의자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는 덜 떨어진 부분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겸손하다. 자신이 덜 떨어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은 낮은 자세로 다른 사람을 대한다.


모르는데 아는 척하지 않는다. 덜 떨어진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다. 애써 자신을 지키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안다.


척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지금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는 걸.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덜 떨어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뿌리가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어딘가 덜 떨어졌기 때문에 어느 순간 그것과 대면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녔다. 영원히 눈 가리고 아웅 할 수 없다.


뿌리가 약한 사람은 자신의 결함을 발견했을 때 초조하고 괴롭다. 자신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를 자기 보호에 사용한다. 멋진 사람, 괜찮은 사람...


마치 완벽주의자의 가면을 쓰고서라도 약한 뿌리를 지키기라도 하려는 듯.


그렇다면 왜 약한 뿌리를 가지고 있을까?


기질적인 성향과 어린 시절의 환경적인 영향 탓이다. 상처 받지 않는 척 둔감해 보이는 아이도 엄마의 따뜻함이 그립기 때문이다.


살아내야 하는 연약한 아이들은 엄마 해바라기이다.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도 온순한 아이도 생존을 위해 해와 같은 양육자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보통 아이들처럼 나도 엄마의 작은 해바라기였다. 나는 예민한 기질의 아이였고 엄마의 사랑이 더 필요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엄마는 너무나 바빴고 내가 태어난 지 13개월 후에는 나보다 더 도움이 필요한 동생이 태어났다. 나는 착하고 얌전한 딸이 되었다. 착한 아이가 받을 수 있는 칭찬 속에서 난 내 존재에 대한 확인과 더불어 생존에 대한 안심을 하곤 했다.


가끔은 엄마에게 떼를 써도, 뒤집어져도 괜찮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누구도 나에게 그러라고 시키진 않았지만 잘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던 생각들은 나의 뿌리를 약하게 만들었다.


완벽하지 않은 주제에 완벽하려는 이상한 어른으로 커가는 동안 스스로 수많은 기억들을 지워냈다는 것을 알았다. 좀처럼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만약 내가 조금 더 안심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제겐 행복한 기억들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뿌리가 약한 나무로 성장한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안심하기 힘들었다. 항상 흔들렸고 두려웠기 때문에 밀어냈고 집착했다. 뭐든 잘하고 싶었기 때문에 경쟁했고 이기적이었고 마음이 아팠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고통스럽고 답답하고 괴로웠다.


나를 몰랐기 때문이다.

나의 역사를 모두 잊고 완벽하게 잘 해내면 모두 괜찮을 줄 알았으니.

왜 완벽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나를 괴롭히고 닦달했으니.


... 나는 날 전혀 몰랐던 것이다.


나도 모르는 나, 남도 모르는 나.

그 영역의 나를 찾아가는 것이 나를 찾는 여행.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나를 찾아가는 여행


기특해요.
멋지게 성장해줬으니까요.


이제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해도 괜찮다는 것을 안다. 오히려 그것이 많은 상황에서 유익함을 가져다준다는 것도. 안심해도 괜찮다는 것도 안다.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까 스스로 뿌리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 나는 생존했고, 생존하고 있고, 생존할 것이다.


뿌리를 단단하게 하고 싶다면 내면의 소리를 자주 들어보자. 무엇이 당신을 정말로 편안하게 하는가? 더 이상 내 안의 무언가를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말자. 그것은 변화가 아니라 자기 학대이다. 지금의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스스로를 굳게 믿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여행 질문서 여섯 번째 질문

당신은 누구인가요?



송수연 코치는 10년간의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현재는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라는 주제로 강연과 코칭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잘 삶'을 응원합니다.


* 다른 질문 보기

인생에서 반드시 버려야 할 것?

위기의 상황에서 오히려 멍청해지는 이유?

여행 갈 때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것?

내가 모르는 나를 찾는 법

내가 모르는 나를 찾네가 모르는 나를 찾는

 법은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