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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Aug 04. 2023

임산부가 생각하는 딩크의 장점 세 가지  

41세 딩크족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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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딩크는 자유롭다.

아무 때나 자도 좋다. 자신의 양심의 검열만 잘 통과하면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잠을 자도 괜찮다. 챙겨야 할 그 무엇은 오로지 자기 자신 뿐이며 밥을 걸러도 지 외에는 손해 보는 이가 없으니 홀가분하다.


주말에 늘어지게 잠을 자다 둘 중 누군가가 일찍 눈을 떠도 상대를 깨우지 않는다.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상대가 눈을 뜨면 드디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빠르게 씻고 아침 식사를 위해 식탁으로 돌진! 두 어른은 얌전히 의자에 앉아 계란과 블랙커피, 올리브 오일을 뿌린 구운 빵 등을 먹는다.


만일 남이 차린 밥이 먹고 싶다면 밖으로 돌진! 어디든 가도 좋다. 그저 원하는 먹이가 무엇인지만 잘 생각하여 결정하면 된다. 노키즈 존 같은 건 신경 쓸 필요 없다.



어른 둘을 받아주지 않는 식당은
이 세상에 한 군데도 없다.



쓰디쓴 어른 음료를 마시면서 글도 쓰고 일도 하고 그렇게 주말의 한나절을 소비해도 괜찮다.


어차피 우리 둘  뿐이니까.


2.

딩크는 자유롭다.  

성인이라 스스로 척척 잘한다.


우리는 멋대로 먹고 멋대로 집을 나간다. 차키와 지갑, 핸드폰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어느 금요일 밤 우리는 갑자기 바닷가로 떠났다.


그런 기분이었기 때문에
그 외의 이유는 필요 없다.

하고 싶기 때문에.
그걸로 족하다.


팔딱이는 활어회에 매실주를 먹고 마시고는 호텔에 가서 늘어지게 잠을 잔 뒤 다음날 해물라면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필요 없이 반복해도 좋다.

그것이 딩크의 일상이기 때문에.


3.

딩크는 자유롭다.  

말과 행동에 제약이 없다.


나는 남편에게 "요 녀석!" 하고 소리치지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어린이들에게 본이 될 필요가 없다... 고까지 말할 수는 없겠지만


집에서만큼은 편안하게 머무르며 하고 싶은 말을 아무렇게나 하고 있다.  

어차피 집에는 다 큰 어른 둘이 살기 때문에.





이제 5개월 후면 저 모든 것들이 불가능해진다. 관성에 사로잡혀 흉내는 낼 수 있겠지만 전생과 현생 정도로 극명하게 다를 것이다. 각오하고 있다. 아니, 각오를 하는 중이다.


나는 아직 누군가와 자유를 나눠가질 자신이 없다. 자유는 나의 최대의 가치이자 행동의 기준이 되어 왔다. 아이를 낳으면 새로운 가치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책임감? 난 원래도 책임감이 강한 편이다. 더 중요하게 여기고 싶지는 않아. 학습과 성장? 지금도 매일 노력한다. 그래 결심했어. 재미다. 재미있게 키워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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