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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언화가 Nov 28. 2022

1000포기의 김치

포기란 이럴 때 쓰는 말입니다

공포의 6일이 지나갔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슬슬 느껴지는 공포의 3일. 그리고 올해는 그 두 배가 된 6일이었다. 이는 김장 담그는 날을 말하는 거다. 김장을 위해서는 꼬박 3일이 걸린다.


1일. 배추 뽑기 및 자르고 절이기

2일. 배추 씻기 및 양념 재료 준비하기

3일. 버무리기


시골로 이사를 온 뒤, 매년 불어나는 김장의 양에 깜짝 놀라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느낌부터가 남달랐다. 밭에 심긴 배추를 보며, 엄마께 분명 확답을 받았다. "150포기만 할 거야!"


그렇게 확답을 받고, 퇴근 후 집에 와보니 산더미처럼 배추가 쌓여 있었다. 금요일 늦은 오후에 시작된 나의 김장 동참하기는 밤늦도록 끝나지 못했다. 도시보다 일찍 빛이 사라지는 시골의 특성상 드문 가로등 빛에 의지하여 마지막까지 배추와 열무를 다듬고 절였다.


도저히 150포기라고는 믿기 어려운 배추의 양이기에 엄마께 여쭤봤고, 그 2배가 넘는 분량이었다. 게다가 밭에 심긴 배추를 모두 소화하기 위해 김장을 한 주 더 할 거라는 말도 잊지 않으셨다.


포기라는 말은 쉽게 쓰는 게 아니라지만, 1000포기와 함께하다 보니 포기라는 말을 써야 할 곳에는 써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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