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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언화가 Nov 26. 2024

눈 똑바로 뜨고 앞을 봐

그리고 네가 보는 그것이 옳다고 믿는 거야

"본인의 눈을 믿어봐요. 그게 가장 확실해요."
미술 선생님의 말씀이 오늘도 머릿속을 맴돈다.

그림을 그리며 자꾸만 멈칫거렸다. 실눈을 뜨고 연필로 길이를 재며 눈앞의 그림을 도화지에 옮겨 보지만, 뭔가 어설프다. 크기가 어긋나고 형태가 비뚤어진 느낌이 든다.


 결국 선생님께 하소연했다.
"선생님, 분명 재고 그렸는데 크기가 맞지 않아요. 마음처럼 잘 안 돼요."

선생님은 도화지를 들여다보시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가장 좋은 자는 본인의 눈이에요. 어설프게 느낀다는 건 이미 눈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죠."

내가 자꾸 연필로 재려 했던 이유는 내 눈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손끝은 나의 불안함을 따라 흔들리고, 도화지 위의 선들은 그 흔들림의 기록이었다. 그림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내 삶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나는 얼마나 자주 나를 믿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잣대에 기대었을까? 세상의 말, 그들의 시선, 누군가의 삶이 적힌 책들은 언제나 내 판단을 흔들었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을 믿기보다, 그들의 기준으로 내 길을 확인하려 애쓰던 날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처럼, 어설픔은 잘 보고 있다는 증거였다. 불완전한 선 하나가 모여 그림이 되고, 불완전한 하루가 모여 삶이라는 작품을 완성한다. 중요한 것은 자꾸 재고 확인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내 눈으로 보고 나 자신을 믿는 연습이었다.

"네 눈을 믿어봐. 그래도 괜찮으니까."

오늘도 나는 내 눈으로 보는 연습을 한다. 어설픈 선을 긋고, 지우고, 다시 그리는 과정을 통해 나를 믿는 법을 배운다. 그림도, 삶도 그런 과정을 통해 완성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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