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두려운 이유
우리의 도전은 늘 비슷한 패턴으로 실패합니다.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생기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계획을 짜기 시작합니다. 내 계획은 완벽해야 하므로 월간ㆍ주간ㆍ일간 계획에다가, 시간을 15분 단위까지 쪼개어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계획표를 만들어 놓고는, 그것을 보며 뿌듯해합니다. 일단 계획대로 해보지만 첫날부터 뭔가 이상합니다. 아직 반도 못했는데 벌써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밀려옵니다. 빠르면 첫날, 늦어도 둘째 날 실패를 직감하며 일찌감치 포기하기로 합니다. 악순환의 시작입니다.
과도한 열정 → 완벽주의 → 무리한 계획 → 실패
저의 실패는 늘 위와 같은 패턴의 반복이었습니다. 사람 사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비슷하기에 이 글을 읽고 계실 여러분의 패턴도 비슷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의지박약에서 탈출하려면 먼저 내가 실패의 악순환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패턴을 분석하여, 지금까지 나의 도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제부터 실패의 패턴을 단계별로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도전할 목표를 발견하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열정이 타오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인간은 도전과 성취를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의 인정욕구를 실현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목표에 꽂히면 우리는 강한 도전욕구를 느끼며, 때로는 목표를 이루어낸 순간을 상상하며 행복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그 자체로도 우리에게 나름 충만한 느낌을 선사할 뿐 아니라 도전의 원동력이 되어주기에, 열정은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과도한 열정은 없느니만 못합니다.
마라톤 선수가 초반부터 전력으로 달리지 않듯,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의 과정에도 페이스 유지가 필수적입니다. 열정이 지나치면 우리는 결국 노력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완벽주의에 빠져 지키지도 못할 무리한 계획을 세우게 되기 때문입니다. 열정과 노력을 쏟은 결과물로서 '실패'라는 쓰디쓴 열매를 얻어가는 꼴이 되는 것입니다.
열정이 우리의 도전에 보탬이 되도록 하려면 조금은 쿨한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열정을 다스리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자 전략입니다. 가슴이 뜨거워질 때마다, 과도한 열정으로 무리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게을리하는 순간, 우리의 도전에 가장 무서운 적인 '완벽주의'가 그 틈을 파고듭니다. 항상 '과유불급'임을 마음에 새기고, 넘치지 않는 열정으로 균형 잡힌 삶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은 완벽을 추구합니다. 더 멋진 옷, 더 좋은 음식, 더 넓은 집을 원합니다. 오늘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길 원합니다. 플라톤의 말처럼, 인간은 현실이 아닌 이상적 세계에 존재하는 순수한 형태의 완벽성을 갈망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좋은 음악과 빠른 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더 좋은 음악, 더 빠른 컴퓨터를 갈망합니다. 이처럼 완벽성의 추구는 인간 본연의 속성입니다.
'완벽주의'란 완벽성의 추구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왜곡되어 나타난 형태로서,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적인 마음상태를 의미합니다. 완벽주의에 빠지면 우리는 실현 불가능한 기준을 세우고 약간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고한 마음 상태에 놓입니다. 완벽성의 추구가 도전의 원동력이라면, 완벽주의는 우리가 반드시 버려야 할 무서운 독입니다.
완벽주의에 빠지면, 우리는 잘해놓고도 스스로를 자책하게 됩니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A 씨는, 시험 합격 수기 유튜브를 보다가 자극을 받아 공인회계사 시험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A 씨는 불타는 열정으로 매일 12시간씩 공부하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는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다음 날 일찍부터 일어나 밀려오는 졸음, 게으름, 게임의 유혹 등과 싸우며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해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평소 제대로 공부해 본 적 없는 A 씨는 결국 4시간 밖에 해내지 못하고 포기합니다. A 씨는 계획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실패자로 여기며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난 의지박약이야.'
평소에 공부를 전혀 안 하던 사람이 그 하기 싫은 공부를 6시간이나 해냈습니다. 기적 같은 일입니다. A 씨는 스스로를 칭찬해 주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완벽주의는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완벽주의에 빠진 A 씨는 자신을 '계획을 완벽히 지켜내지 못한 의지박약'이라고 평가합니다. 완벽주의의 시선에서 '100%'가 아닌 것은 모두 '0%"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완벽주의는 우리에게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완벽히 해낼 것을 요구함으로써, 우리의 값진 노력과 성과를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완벽주의는 우리의 자존감을 갉아먹으며, 끝없는 자책과 실패의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심리적 감옥입니다. 이 감옥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진정한 성취감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완벽주의는 강박적인 마음상태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항상 부족한 부분만을 바라보도록 우리를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완벽주의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노력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목표를 향해 도전할 용기를 얻게 됩니다.
완벽주의에 빠진 우리는 반드시 무리한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나의 하루는 '완벽'해야 하기 때문에, 나의 계획은 화려하고 거창하며,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것만큼이나 해내기 어렵습니다. 운 좋게 첫날 계획을 꾸역꾸역 해냈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성공이 지속될 리 없습니다.
우리는 슈퍼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완벽하게 짜인 계획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살을 빼는 것'이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단백질 셰이크를 섭취한 뒤, 1시간 조깅하고, 헬스장으로 가서, 스쾃 50개씩 5세트 하는 것'이 아닙니다. 완벽주의는 우리에게 계획 자체가 목적이라고 속삭이지만, 계획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완벽한 계획'이라는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한 도전 자체가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인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도전의 과정에서 어떤 일들과 마주치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략적인 예측은 가능할지라도, 그 누구도 미래 자신의 신체ㆍ감정 상태나,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외부 상황들까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부정확한 예측에 기반한 계획은 아무리 거창하고 화려하더라도 결코 완벽한 계획이 아닙니다. 하지만 완벽주의는 우리가 세운 계획은 완벽하며, 오직 그것을 완벽히 이행해야만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우리를 속입니다.
계획에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계획은 불완전한 것이며, 계속해서 수정해 나가는 것입니다. 어차피 수정할 것이라면 거창하고 화려한 계획을 세 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는 그 계획을 해낼 수 있는지 여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우리 다이어리 1월 페이지를 빽빽이 장식하고 있는 강박적이고 숨 막히는 계획표와 실패의 결과가 그 증거입니다. 무리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패배를 계획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계획은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우리의 목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무리한 계획을 세우면 반드시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무리한 계획은 '고통스러운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10시간을 공부하든, 4시간을 운동하든, 그 과정이 즐겁다면 그것은 무리한 계획이 아닙니다. 무리한 계획이란 그것을 이행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운 계획을 의미합니다.
곤충은 과도한 고통을 느끼면 신경을 차단해 버린다고 합니다. 이는 곤충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메커니즘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무리한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너무 큰 고통을 느끼면 결국 노력하기를 포기하게 되고 도전에 실패합니다. 우리의 뇌가 과도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포기'라는 신경 차단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고통은 우리의 의지력을 무너뜨리고, 우리를 실패의 길로 이끄는 주범입니다.
실패의 경험은 우리를 좌절과 무기력의 늪으로 빠뜨립니다. 열정으로 가득 찼던 마음은 우울해지고, 실패의 쓴맛에 자존감은 바닥을 칩니다. '역시 나는 의지박약이야'라는 자책에 빠지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고 소심해진 태도로 살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상태 역시 너무나 고통스럽기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목표에 눈을 돌려 새로운 열정을 태우려 합니다. 다이어트는 포기했지만 아침형 인간이 되어보려 합니다. 토익공부는 포기했지만 자격증을 따보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과도한 열정으로 완벽주의에 빠지고,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실패를 경험하는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이렇게 도전과 실패의 고리가 형성되며, 우리는 성취감이라는 열매를 뒤로한 채 점점 위축되어 갑니다.
실패의 악순환을 반복하다 보면, 패배는 어느새 습관이 되어 버립니다. 타협하고, 포기하는 것이 하나의 버릇이 되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과제마저 쉽게 그만두게 됩니다. 도전하고, 포기하고 자책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점점 더 실패에 익숙해집니다.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질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급기야 시작 자체를 못 하는 상태가 찾아옵니다. 또 다른 실패를 경험하기 두렵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책을 펴는 것이 어렵습니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집을 나서기가 어렵습니다. 두려움을 동반한 강한 거부감이 몸과 마음을 지배합니다. 뇌는 움직이라고 명령하지만, 실패의 고통을 피하고 싶은 나의 몸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의미한 시간만 흘려보냅니다.
우리는 시작이 두려워 '내일부터', '다음 주부터' 시작하기 위한 온갖 논리적인 핑계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내일이 되어도, 다음주가 되어도 시작하지 못합니다. 시간을 끌수록 두려움과 거부감은 점점 더 커지기 마련이며, 새로운 핑계는 언제든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반복되는 실패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패배의 습관으로 결국 우리는 '시작조차 못하는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실패의 패턴을 분석해 보며, 의지박약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도전을 방해하고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화부터는 본격적으로 우리의 오랜 숙적 의지박약과 싸워볼 것입니다.
'의지박약 탈출 레시피'는 엄연히 워크북(Workbook)입니다. 매주 저와 함께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며, 해당 화의 내용을 직접 몸에 익히는 시간을 가져볼 것입니다. 실천 없는 지식은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용해야 한다. 의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행동해야 한다."
-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
이번 주 미션은, 과거의 실패 경험을 떠올리며 그 패턴을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실패의 경험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해 내고, 그 형태를 정확히 파악해 내기만 하면 됩니다. 일정한 패턴을 발견해 냈다면, 그 패턴을 메모장에 기록해 두고 언제든 찾아볼 수 있도록 준비해 두세요. 앞으로의 여정에 반드시 필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입니다.
습관화된 패턴을 바꾸어 내려면, 자신을 대상화하여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담 없이 가볍게 해 보세요. 자기 전에 노트에 몇 자 적어 보며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패배의 경험을 떠올리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의지박약과 싸우기에 앞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입니다.
다음 화까지, 열린 마음으로 가볍게 따라와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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