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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대디 Jul 08. 2024

나는 왜 시작을 못할까?

완벽주의의 함정, 그리고 실패의 악순환



실패의 패턴


우리의 야심 찬 도전은 늘 비슷한 패턴으로 실패를 맞이합니다. 도전할 목표를 발견하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계획을 짜기 시작합니다. 내 계획은 완벽해야 하므로 월간ㆍ주간ㆍ일간 계획에다가 시간을 분단위까지 쪼개어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계획을 빽빽이 세워 놓고 뿌듯해합니다. 일단 계획대로 해보지만 첫날부터 뭔가 이상합니다. 아직 반도 못했는데 벌써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밀려옵니다. 빠르면 첫날, 늦어도 둘째 날 패배를 직감하며 일찌감치 포기하기로 합니다. 나는 '의지박약'이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열정 →  완벽주의  →  무리한 계획  →  실패


저의 실패는 늘 위와 같은 패턴의 반복이었습니다. 사람 사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 비슷하기에 이 글을 읽고 계실 여러분의 패턴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지박약에서 탈출하려면 먼저 내가 실패의 악순환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패턴을 분석하여, 지금까지 나의 도전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제부터 실패의 패턴을 단계별로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과도한 열정


도전할 목표를 발견하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열정이 타오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인간은 도전과 성취를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의 인정욕구를 실현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목표에 꽂히면 우리는 강한 도전욕구를 느끼며, 때로는 목표를 이루어낸 순간을 상상하며 행복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그 자체로도 우리에게 나름 충만한 느낌을 선사할 뿐 아니라 도전의 원동력이 되어주기에, 열정은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과도한 열정은 없느니만 못합니다. 마라톤 선수가 초반부터 전력으로 달리지 않듯,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의 과정에도 페이스 유지가 필수적입니다. 목표를 향한 열정이 지나치면 우리는 결국 노력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과도한 열정은 우리로 하여금 완벽주의의 늪에 빠져 지키지도 못할 무리한 계획을 세우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열정을 쏟은 결과물로서 실패를 얻어가는 꼴이 되며 우리는 그러한 경험을 더 이상 원하지 않습니다.


열정이 우리의 도전에 보탬이 되게 하려면 조금은 쿨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열정을 다스리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자 전략입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가슴이 뜨거워질 때마다 열정이 과도하지 않은지, 지금 오버액션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객관적인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합니다. 이를 게을리하는 순간, 우리를 패배로 이끄는 가장 무서운 적인 '완벽주의'가 그 틈을 파고듭니다.



완벽주의의 함정


인간은 완벽을 추구합니다. 지금 입고 있는 옷보다 더 예쁜 옷을 입고 싶고,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습니다. 플라톤의 말처럼, 인간은 현실이 아닌 이상적 세계에 존재하는 순수한 형태의 완벽성을 갈망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좋은 음악과 빠른 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더 좋은 음악과 더 빠른 컴퓨터를 갈망합니다. 이와 같이 완벽성의 추구는 인간 본연의 속성입니다.


'완벽주의'란 완벽성의 추구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왜곡되어 나타난 형태로서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적인 마음상태를 의미합니다. 완벽주의에 빠지면 우리는 실현 불가능한 기준을 세우고 약간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고한 마음 상태에 놓입니다. 완벽성의 추구가 도전의 원동력이라면, 완벽주의는 우리가 실패의 패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반드시 버려야 할 무서운 독입니다.


완벽주의에 빠지면 우리는 잘해놓고도 자책하게 됩니다. 평소 공부를 매우 싫어해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A 씨는 내일부터 매일 12시간씩 공부하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는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다음 날 일찍부터 일어나 밀려오는 졸음, 게으름, 게임의 유혹 등과 싸우며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해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평소 하루에 1시간도 제대로 공부해 본 적 없는 A 씨는 결국 4시간 밖에 해내지 못하고 포기합니다. A 씨는 계획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실패자로 여기며 수치심에 빠집니다. '역시 난 의지박약이야.'


하지만 한번 생각해 봅시다. 평소에 공부를 전혀 안 하던 사람이 그 하기 싫은 공부를 6시간이나 해냈습니다. 기적 같은 일이 아닌가요? A 씨는 칭찬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완벽주의는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완벽주의의 시선에서 그는 자신이 세운 계획을 지키지 못한 의지박약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완벽주의는 우리에게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완벽히 해낼 것을 요구함으로써 우리의 값진 노력과 성과를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완벽주의는 우리의 자존감을 갉아먹으며, 끝없는 자책과 실패의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이 독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로 성취감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완벽주의는 강박적인 마음상태를 만들어 내는 것 자체가가 목적이기 때문에 언제나 부족한 부분만을 바라보도록 강요합니다. 완벽주의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이라는 무대에서 자유롭게 춤출 수 있습니다.



무리한 계획


완벽주의에 빠진 우리는 반드시 무리한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도전에 임하는 나의 하루하루가 '완벽'해야 하기 때문에 나의 계획은 화려하고 거창하며,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것만큼이나 해내기 어렵습니다. 운 좋게 첫날 계획을 꾸역꾸역 해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성공이 지속될 리 없습니다. 우리는 슈퍼맨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완벽하게 짜여진 계획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살을 빼는 것'이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단백질 셰이크를 섭취한 뒤, 1시간 조깅하고, 헬스장으로 가서, 스쾃 50개씩 5세트 하는 것'이  아닙니다. 완벽주의는 우리에게 계획 자체가 목적이라고 속삭이지만 우리는 계획이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완벽한 계획 같은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목표 달성을 위한 완벽한 계획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면 이미 그 목표를 달성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인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노력의 과정에서 마주치게 될 일들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습니다. 그동안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점쟁이라도 며칠 뒤 자신의 신체ㆍ감정 상태나 돌발적인 외부상황까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며, 부정확한 예측에 기반한 계획은 그것이 아무리 거창하고 화려하더라도 완벽한 계획이 아닙니다. 하지만 완벽주의는 내가 세운 계획은 완벽하고, 오직 그것을 완벽히 이행할 때에만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우리를 기망합니다.


계획에 집착해서는 안됩니다. 계획은 언제나 불완전한 것이기에 계속해서 수정해 나가야 합니다. 어차피 수정할 것이라면 강박적으로 공들여 거창하고 화려한 계획을 세 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는 우리가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지 여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세우는 강박적이고 숨 막히는 계획표와 실패의 결과가 그 증거입니다. 무리한 계획을 세우는 일은 패배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일 뿐이며 우리의 목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실패


완벽주의의 속삭임에 넘어가 무리한 계획을 세우면 반드시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무리한 계획은 '고통스러운 계획'이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10시간을 공부하든, 4시간을 운동하든, 그 과정이 즐겁다면 그것을 두고 무리한 계획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무리한 계획이란 그것을 따르는 과정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지키기 어려운 계획을 의미합니다.


곤충은 과도한 고통을 느끼면 신경을 차단해 버린다고 합니다. 이는 곤충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메커니즘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무리한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너무 큰 고통을 느끼면 결국 노력하기를 포기하게 되고 도전에 실패합니다. 우리의 뇌가 과도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포기'라는 신경 차단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과도한 고통은 우리의 의지력을 무너뜨리고, 우리를 실패의 길로 이끄는 주범입니다.


실패의 경험은 우리를 좌절과 무기력의 늪으로 빠뜨립니다. 열정으로 가득 찼던 마음은 우울해지고, 실패의 쓴맛으로 인해 자존감은 바닥을 치게 됩니다. '그럼 그렇지. 역시 나는 의지박약이야'라는 생각에 빠져 자신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고 결정과 행동은 점점 소심해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상태 역시 너무나 고통스럽기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목표에 눈을 돌려 새로운 열정을 태우려 합니다. 다이어트는 포기했지만 아침형 인간이 되어보려 합니다. 토익공부는 포기했지만 자격증을 따보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과도한 기대와 열정으로 완벽주의에 빠지고,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실패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렇게 도전과 실패의 고리가 형성되며, 우리는 성취감이라는 열매를 뒤로한 채 점점 위축되어 갑니다.





시작이 어려운 이유


실패의 악순환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어느새 패배가 습관이 되어 버립니다. 타협하는 것, 포기하는 것 자체가 버릇이 되어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과제도 쉽게 그만두게 됩니다. 포기하고 자책하는 일의 무한반복입니다. 이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질 생각부터 하는데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급기야 시작 자체를 안 하는 상태가 찾아옵니다. 또 다른 실패와 무기력을 경험하기 두렵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책을 펴는 것부터 어렵습니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집을 나서는 것부터 어렵습니다. 두려움을 동반한 강한 거부감이 나의 몸과 마음을 지배합니다. 뇌는 움직이라고 명령하는데 실패의 경험이라는 고통을 피하고 싶은 나의 몸은 움직이지 않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냅니다.


시작이 두려운 우리는 '내일부터', '다음 주부터' 시작하기 위한 온갖 논리적인 핑계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내일이 되어도, 다음주가 되어도 시작하지 못합니다. 시간을 끌수록 두려움과 거부감은 점점 더 커지기 마련이며, 시작을 미루기 위한 새로운 핑계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반복되는 실패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패배의 습관은 새로운 도전을 막고, 시작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우리의 성장을 가로막습니다.



마치며


서론이 길었습니다. 싸워야 할 적에 대해 파악부터 해보자는 취지에서 의지박약의 원인과 실패의 패턴을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 화부터는 본격적으로 의지박약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설명문의 형식으로 쓰고 있으나, 이 글은 엄연히 워크북(Workbook)입니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자신의 실패 경험을 떠올리며 그 패턴이 어떠했는지 분석해 보는 시간을 꼭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생각과 행동을 바꾸려면 자기 자신을 대상화하여 객관적으로 파악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 전에 노트에 몇 자 끄적여 보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물론 그냥 생각으로만 해보셔도 좋습니다.


이 글이 당신의 도전과 함께하는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길 진심으로 기원하며, 다음 화부터 우리의 오랜 숙적 의지박약과 본격적으로 싸워보겠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가볍게 따라와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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