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상황 자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전부입니다.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다."라고 말했고,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우리의 감정과 반응이 외부 사건보다 그것에 대한 우리의 해석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상황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그것의 성격을 규정합니다.
컵에 물이 '반이나' 남은 것인지 '반밖에' 안 남은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엄마의 잔소리가 '사랑'인지 '비난'인지 결정하는 것도, 모두 우리의 마음가짐입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것으로 받아들일지, 하기 싫은 것으로 받아들일지도 우리의 마음에 의해 결정됩니다. 학교 가기 죽어도 싫은 날이 있는 반면, 설레고 기대되는 날이 있습니다. 운동하기 죽어도 싫은 날이 있는 반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운동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같은 일이 쾌락이 되기도 고통이 되기도 합니다.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제를 수행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마음에 따라 노력의 과정이 즐거운 일이 될 수도, 괴로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노력하는 것이 즐거워야만 우리는 집중할 수 있고, 효율을 낼 수 있으며, 무엇보다 노력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노력의 과정을 고통으로 인식하며, 그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 삶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은 너무 무겁습니다. 성적, 일, 외모, 돈, 건강, 인간관계 등 모든 것이 걱정입니다. 더 좋은 대학에 합격하고, 더 좋은 직장에 다니고,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우리는 발버둥 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언가 이루어 내더라도 성취감을 누릴 여유가 없습니다. 곧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합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삶에 너무 진지합니다.
마치 삶이 영원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점수, 연봉, 몸무게가 인생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대학에 떨어지면, 직장에서 잘리면, 연인과 헤어지면, 세상이 끝날 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진지충이 되어 삶을 즐기는 법을 완전히 잊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무거운 짐을 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바보가 되어버렸습니다.
무거운 마음은 우리가 작은 일에도 큰 중압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빈 가방에는 큰 물건도 쉽게 들어가지만, 꽉 찬 가방에는 작은 물건도 들어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미 포화상태인 우리 마음은 아주 작은 과제조차 큰 고통으로 받아들입니다. 고통을 견뎌내며 노력을 해 봐도 금방 지쳐 포기하고 맙니다. 꽉 찬 가방에 물건을 억지로 욱여넣다가 가방이 터지고 마는 것이지요. 따라서 노력을 하기에 앞서, 먼저 우리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더 큰 문제를 직면하면 작은 문제는 사라지는 법입니다. 사실 우리의 점수, 연봉, 몸무게 등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생의 진실 앞에서는 말입니다.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이 세상에 태어납니다.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인류 최고의 천재들이 고민해 왔지만, 아직까지 작은 힌트조차 발견해내지 못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태어나 있었고, 인생이 뭔지, 내가 왜 존재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갑니다.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우리는 반드시 죽는다.'라는 사실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생의 유일한 목적지는 죽음뿐입니다.
모든 생물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가 언젠간 우리 곁을 떠나거나, 우리가 그들의 곁을 떠날 것입니다. 그날이 오늘이 될 수도, 내일이 될 수도, 십 년 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날이 언제 오는지도, 그 이후 어떻게 되는지도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진실입니다. '무지'와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진실 앞에서, 우리가 평소에 집착하던 모든 문제가 사소한 것이 되어 버립니다. 시험에서 몇 점을 받든, 연봉이 얼마이든, 결국 우리는 모두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불안과 두려움은 결국 사소한 문제에 대한 집착에 불과한 것입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입니다. 이 문구는 고대 로마에서 승리한 장군이 행진할 때 그에게 인생의 유한성과 죽음의 불가피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노예들이 외친 말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에도 인간은 죽음이라는 진실을 외면한 채, 삶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살았나 봅니다. 죽음을 기억함으로써 우리는 현재의 삶 매 순간을 더욱 감사하게 여기며 보다 충실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평소 죽음을 완전히 잊은 채로 살아갑니다.
우리는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일은 현재의 순간을 충실히 살기 위해 의미가 있을 뿐, 그 자체가 나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만큼 무거운 것은 아닙니다. 도전과 성취는 잠깐 놀러 온 소풍에서 무엇을 하고 놀지 결정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밤새워 고민하던 걱정거리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며, 나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인생이라는 소풍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지면 나를 괴롭히던 대부분의 문제들이 자연스레 사라집니다. 내가 집착하고 스트레스를 받던 문제들이 더 이상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애당초 나의 무거운 마음이 만들어낸 스트레스였으니까요.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면,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것입니다. 가방을 비워냈기에 더 담을 수 있며, 더 담아도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무의식 속에 독처럼 여 있던 수많은 걱정거리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드디어 나도 '즐기는 놈'이 되어, 인생이라는 소풍을 가볍고 여유롭게 즐길 준비가 된 것입니다.
'깃털처럼 가볍게'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은 '즐기는 놈'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자 첫 단추입니다. 우리가 의지박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무거운 마음에 있습니다. 인생은 결국 죽음을 향한 여정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우리를 짓누르던 무겁고 강박적인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소풍을 가서 뭘 먹을지, 뭐 하고 놀지,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시험 점수에 목숨걸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몸무게가 몇인지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어떤 직장을 다니던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목표도 사실은 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왕 태어났으니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이루고 싶은 것들을 정하고,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죽고 사는 문제 이외에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걱정할 필요도, 스트레스받을 필요도, 겁낼 필요도 없습니다. 소풍에 왔다면, 그저 가볍게 즐기다가 돌아가면 그만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을 가지게 되면 우리는 대충 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충실히 살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삶에 충실해지면, 우리의 노력은 고통이 아닌 즐거움이 됩니다. 진짜 '즐기는 놈'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며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죽음의 문턱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도,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외치는 것도,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가벼운 마음은 의지박약을 극복하기 위한 첫 번째 전제입니다.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을 갖기 위한 연습의 일환으로, 이번 주 미션은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언젠가는 겪게 될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 장면을 생생하게 떠올려보고, 그것이 나에게 주는 의미를 깊이 되새겨보세요. 한 번쯤은 눈물이 날 정도로 흠뻑 취해 상상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강렬한 감정은 생각을 변화시키고, 생각의 변화는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킵니다.
죽음은 가장 무겁고 터부시되는 주제이지만, 우리는 이를 직시하고, 늘 기억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죽음은 나의 최종 목적지이자, 내가 알 수 있는 유일한 진실이며, 나를 충실히 살게 해주는 단 하나의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의지박약 탈출을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두 번째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해 볼 예정입니다. 다음 화를 읽기 전에, 오늘 다룬 주제에 대해 약간 무겁게 느껴지더라도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화까지, 열린 마음으로 가볍게 따라와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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