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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히 Oct 01. 2022

epilogue. 쉬어 보니 내가 보였다.

꿈이 없었다. 아니, 꿈을 잊은 채 살았다.

어린 시절 내 꿈은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은 시를 쓰는 시인이 되고 싶었고,

어느 날은 드라마 대본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고,

어느 날은 기사로 많은 것을 알리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취직이 비교적 힘들다는 이유로,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로

나는 이과를 선택했고 공대를 다녔다.

그 선택 이후 나는 꿈이 없었다.

대입 면접에서 답한 나의 장래희망은 회사원이었다.

그냥 아무 회사에 가서 월급을 받는 것, 그것 말고 떠올려진 나의 미래는 없었다.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부터라도 나는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그리고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부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여전히 휴직 상태이다.

다행히 이제는 공황 증상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다행히 이제는 잠 못 드는 밤에 나를 원망하지 않는다.

다행히 소소한 매일의 행복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

다행히 전보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더 많이 표현하고 있다.

 

앞으로 나의 모습은 나도 알지 못한다. 추측해본다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나보다 회사가 우선이진 않을 것이다.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나는 글을 계속 쓰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다시 나를 미워하며 살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힘든 상황의 비난을 모두 내 탓으로 돌리던 나의 잘못을 이제 깨달았으니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지금, 이 쉬어가는 시간에 확실히 알았으니까.


상담 중에 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이런 답을 한 적이 있다.

'살고 싶지 않은 적이 있었지만, 너무나 소중한 가족이 있기에 저는 그럴 수 없어요.

하지만 위험한 상황이 온다면 살기 위해 노력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안정을 되찾았을 때 친구에게 이 말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친구가 눈물을 보였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옆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나의 인생에서 짧지 않은 기간이 잠깐 멈추었지만,

나는 그 시간 동안 정말 큰 것을 얻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나를.


매일매일이 반복된다.

그 매일을 행복으로 채울 수 있는 건 오로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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