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Day 13 in 후쿠오카
*가호극장- 이즈카역 -탄광 노동자를 위해 가부키 공연을 하던 극장
*난조인- 세계 최대의 와불상
*사사구리- 예쁜 마을 -우동으로 점심 먹기 -패스
*사사구리규다이숲- 규슈대학교 부속숲 (물 위의 나무) Day 1in
힘들기는 했지만, 예상치 못한 일에 안타깝거나 속상하기보다는, 하지 않은 것보다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름 좋은 날!
하카타 기차역에서 처음 기차를 타는 날이었다.
하카타 기차역까지 가는 길은 아니까 일부러 골목골목으로 갔다. 그러다가 처음 와 보는 길이 나왔을 때는 어플을 켜서 현재 위치가 어딘지 확인하고 다시 걷다 보니 하카타 버스터미널이 나왔다.
건물 위를 쳐다보니 다이소 간판이 보였다.
집에서 가져온 충전기가 접속불량으로 잘 되지 않아서 아침에 휴대폰을 완전히 충전을 못 하고 나왔다. 이따 여기에 와서 사면되니 다행이기도 하고 덕분에 매장 구경도 하게 되겠네…
하카타 기차역에 연결된 백화점으로 들어가서 역 입구를 찾아 들어가니, 7,8번 입구인데 IC카드 찍는 곳 밖에 없었다.(안내해 줄 사람이 있어야 확인하고 들어 갈 텐데)
이 백화점 안의 어디로 가야 큰 개찰구가 나올까? 잠시 멘붕, 걷기는 싫고 마침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르르 계단을 내려왔다.
IC카드를 목에 건 줄에서 꺼내서 터치를 하고 나오는 걸 보니 거의 출근하는 이들인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려오니, 누굴 붙잡고 물어볼 수가 없었다.
잠시 옆으로 비껴 서있으면서 어떻게 할까? 다시 되돌아 나가야 하나? 결정을 미루고 있는 데 청소부가 계단 손잡이를 닦으면서 내려온다.
すみません!(미안합니다)
나는 조용히 불렀고 아저씨가 아닌 젊은이가 내게로 다가왔다.
이즈카에 가는 기차를 타려면 이곳으로 가도 되냐고 묻는 나에게 맞기는 한데 이곳은 IC카드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지만, 내가 표를 보여주니 환하게 웃으면서 자기 카드를 찍고는 들어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휴대폰을 열고 뭔가 열심히 검색하더니 8번 플랫폼에 가면 된다고 했다. 기차시간까지 10여분 남았다.
계단을 올라가려고 하는 데 그 젊은이가 적당히 떨어져 따라온다. 내가 8번에 온 것을 확인하고 정차해 있는 기차를 보고 뭐라 뭐라 한다
난 아직 10분 남았으니, 이 기차가 떠나면 다음 기차를 타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알았다고 했다.
메모지를 꺼내 나의 도착지를 한자로 써 주고 또 검색하여 알게 된 도착 시간도 적어주었다.
자기 말을 알아듣고 8번 홈으로 제대로 가는지, 가는 길을 잘 모르는 것 같은 홀로 온 여행객을
위해 염려스러운 마음에 물어보지 않은 도착시간과 한자로 된 지명까지 적어주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글씨를 쓰는 그 젊은이의 손을 보니.. 나와 우리와 같은 손가락이 아니었다. 병들어 아프고 불편할 것 같은 그 손가락으로 나를 위해 메모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고마운 마음은 물론이지만 솔직히 가슴이 아팠던 건 그보다 더 컸다..
알았다고 고맙다고 대답하니 돌아서서 가는 그의 뒷모습에 건강하라고 친절했던 이 기억을 오래 간직하겠다고 기도하면서 뒷모습이지만 사진으로 남겼다.
시간이 거의 다 되었는데 정차해 있던 기차는 떠나지 않고 기차 위에 쓰여 있는 이정표가 아까 써 준 한자로 바뀌는 데 앞에 新자가 더 붙었다.
아마 아까 이걸 설명해 줬을 텐데 내가 못 알아들은 게 틀림없었다.
에고 순간 당황. 기차에 타지는 못하고 밖에 서서 이미 자리에 앉아있는 중년 아주머니에게 나의 행선지에 가는 기차냐고 물었더니 나한테 직접 와서 메모지를 확인을 한 다음 간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 말을 믿고, 그분의 옆자리에 앉았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일본어를 아주 잘한다고 칭찬해 주었다. 몇 마디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그분이 자기는 내린다고 건강하게 여행 잘하라고 아주 상냥하게 인사했다. 기념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수줍어하면서도 응해 주었다. 기차가 서고 문이 닫히기 전 돌아서서 빠이 빠이도 해주니, 잠시동안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힘이 났다.
마음을 따뜻함으로 가득 채우고 하루를 시작하였다.
도착시간을 확인하니 꽤 남았다. 기차 맨 앞칸으로 가서 갑자기 옆에 서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는 기관사에게 일방적인 눈인사를 보내고 기찻길이랑 주변풍경을 찍었다. 찰칵, 찰칵! 셔터음에 좀 불편했을 텐데.. 미안했지만 보기 힘든 장면들이라 열심히 찍었다.
어느덧 기차 안에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꽤 멀리 온 듯..
도착예정지 전광판에서 아까 하카타역에서 날 안내해 준 청년이 써 준 한자를 확인하고 내렸다. (이 쪽지는 아마 오랫동안 간직하게 될 것이다.) 참으로 조용하고 화창한, 강한 햇볕 때문에 얼굴이 탈 것 같은 날씨와 잘 어울리는 듯한 깨끗한 동네였다. (나중에 이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지만)
지도 어플을 켜고 가호극장을 찾아 나섰다.
일본은 전에 여행할 때도 알았지만 자그마한 기차역에 내리면 바로 파출소가 있다. 그리고 경찰차가 한 대 꼭 서있었다. 여기도 그랬다.
익숙한 장면이라 옛 생각을 하면서 걸었다. 길을 잘 못 들어 차만 다니는 길로 가다가 달리던 차들의 운전자들을 놀라게 하고, 위험했던 길을 지나 어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적당한 길이의 다리를 지나 찾아가 보니 임시 휴업이다.
어쩌나!!! 실은 지도 어플을 켰을 때 임시 휴업일 이란 알림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문을 안 열었다는 뜻으로 알았지 이렇게 철조망을 쳐서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데 잠깐 동안 거꾸로 내가 갇힌 것 같았다 이 좋은 날씨에 여기까지 왔는 데..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 꽤 멀리 왔으니 그냥 돌아가는 건 아닌 것 같아서였다. 잠시 후 아직 12시 밖에 안 됐고, 같은 기차노선이니 17일경에 가려고 예정했던 곳으로 가보라는 연락이 왔다.ㅎㅎ
동네라도 구경하려고 했으나, 일요일이라 그런지 고양이 한 마리와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서 너대.. 사람은 전혀 안 보이고 가게, 하물며 시장문도 다 닫았다.
한낮 너무 날씨 좋은 날, 유령도시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서둘러 기차역으로 가서
시간표를 보고 표를 구입하려는 데, 아! 시골, 더군다나 일요일은 기차시간이 띄엄띄엄 있는 거였다.
지금부터 가려고 한 곳은 세 군데였다. 난조인에 갔다가 그 역에서 한 정거장인 사사구리에 가서 점심으로 우동을 먹고, 다시 세 정거장 가서 물 위에 떠 있는 나무를 보고 하카타 역으로 가는 코스인데 기차 시간 맞추다 보니 도저히 힘들어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 것 하나는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인적 없는 시골역에서 노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남편은 기차에서 내리면 걷지 말고 버스나, 택시를 타고 다니라고 신신당부했다.
기차역을 나오니 주먹만 한 고구마를 3 등분쯤 해서 튀긴? 다음 설탕을 잔뜩 묻힌 것을 파는데 사람들이 줄 서있다.
나도 나를 위로할 겸 이따 내려와서 사 먹어야지 하고 생각하며 길을 따라 올라갔다.
어머어마하게 큰 불상이 누워 있었고, 사람들도 많고, 특히 중국계 사람들이 많았다.
자! 신년운세도 알아봤으니 다음 장소로 떠나자.
사사구리에 가서 우동 한 그릇 먹는 건 패스
규슈대학교 수목원으로 가는 거다.
난조인 역에서 센스 있게 역무원 할아버지한테 가도마쓰에 정차하느냐고 묻고 (가끔 특급기차는 정차하지 않는 역도 있다. 여긴 다 보통만 다닐 거 같아 돌다리 두드릴 겸) 기차를 타고 가도마츠역에 내렸다.
아!! 여기서부터 나의 오늘의 여행이 절정이었으니..
역에서 나와 수목원에 대하여 물어보려고 했으나. 무인역이었다. 음료 자판기와 표 파는 기계뿐. 지도 앱을 켰는 데 수목원에 관한 이런저런 지명을 넣어도 안 나왔다.
아무도 없는 아주 작은 역에서 아주 작아진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또, 결정을 해야 한다. 이제 2시도 안 되었는 데… 돌아가야 하나?
그때 아주 구석진 곳에 있는 기차를 타고 어디 갈 사람들이 아니라면 누구도 나타날 리 없는 역! 이 작은 역에 파란 날개를 단 예쁜 천사가 나타났다.
나의 목적지를 말하니 그 여자의 지도어플에는 나오는 데 내가 알고 있는 건 정확한 지명이 아닌지 몇 번을 써 봐도 안 나왔다.
그 여자 말이 걸어가기엔 좀 먼 길이라고도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내가 뭔가 입력했는 데 거긴 아니지만 바로 아래 그 여자랑 똑같은 사진이 나왔다.
정말 우리 둘이 똑같이 동시에 소리쳤다. 난 한국말로 “나왔다.”
그 여자는 일본말로 同じ!!! “똑같다.”
가던 길 멈춰서 한참을 도와준 그 파란 스웨터의 천사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내가 너무 화장도 안 한 맨 얼굴이라 부끄러웠지만.. 기념사진 찍는 것도 미리 생각해 왔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12분 걸린다는 목적지를 지도를 보며 걸었다.
이렇게 우겨서 가고 있는 것이 맞는가?
시멘트 길에 왕복 6차선 길, 갑자기 강변, 넓은 들판, 공사장..
여하튼 시작했으니 가보자.. 아무리 가도 가도 시간이 멈춘 듯 계속 도착시간 4분 남은 정말 재미없는 길,
아주 고급 주택가가 나오다가 갑자기 보이는 목적지 팻말!.
땡볕에 긴 시간 걸었다. 주차장이 보여서 마침 차를 타고 떠나려는 가족과 함께 온 남자에게 입구가 어디냐고 물었다.
바로 내 뒤란다. 물 위에 떠 있는 나무를 보려면 이리로 가면 맞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1km 가야 한단다.
아! 그냥 역으로 돌아가고 싶다. 너무 멀다고 처음 본 그 남자에게 하소연을 했다. ㅎㅎ
그 때문인지 차에 타려던 그 남자가 다시 오더니 직진으로 300m 더 가면 입구가 또 있는데 여기보다는 덜 걷는다고 말해주었다.
더 이상 생각할 틈도 없이 고맙다고 하며 직진한다. ㅎㅎ
1km는 힘들어 그만두고 싶던 차에 300m는 훨씬 쉽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ㅎㅎ
하지만 300m도 멀었다......
입구에서 만난 등산복에 스틱에 가방까지 완벽한 차림의 아줌마 6명의 등산 부대. 순간 트레킹 온한국인들인가 싶었지만 일본인들이었다.
그들을 따라 걷다가 여기로 가면 물 위에 있는 나무를 볼 수 있냐고 물었다.
있지만 요즘에는 물이 있을 까는 장담할 수 없단다. 내 카메라가 멋있다고 한다 고맙다고 하면서 난 한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들도 혼자 여행하는 나를 대단하고, 부러운 사람이라고 했다.
얼만큼 걸어가면 있을까 물었더니 10분?이라고 대답한다.
뭐라고???????
돌아갈 생각을 했다. 안 봐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옆에 자그마한 넓이의 공터에 의자와 탁자가 있었다.
그곳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크게 숨을 쉰다. 두 번 만 더 숨을 쉬고 난 돌아간다. 하는 순간
아까 나랑 대화를 하던 아줌마가 되돌아와서 내게 얼마 안 가면 있다면서 같이 가자고 했다.
나라면 그래줬을까? 그분이 내게 준 친절으로
돌아간다는 결심은 멀리 보내버리고 따라나섰다.
정말 얼마 가지 않아 여기라며 가리키는 곳을 보니, 물 위의 나무가 아니라 흙 위의 나무이다.
자기도 아쉬워하며 나에게 위로를 전했다.
출구로 가려면 가던 길을 길 따라 1800m 더 가야 한다는 말에 난 정말로 고맙지만 여기서 헤어지겠다고 인사한 후 가차 없이 돌아섰다.
그리고 알았다. 돌아서는 순간 내가 걸어온 길이 얼마나 예쁜 길이었는지, 산책하기에 참 좋은 길이었고, 평화스러운 길이었다는 걸.
물 위의 나무만 생각하며 그곳 만을 찾으며 주변을 살펴볼 볼 여유도 없이 앞으로만 걷느라
가는 길이 예쁘고 좋다는, 주변을 살펴보지 못한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언제나 그렇듯 돌아가는 길은 쉽고 가깝다.
이제 천천히 걸었다. 데이트 겸 산책 온 커플들도 눈에 띄고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도 보였다.
재미없는 길이 아니라 이젠 나도 와 본 길이 되었다.
아까 아저씨를 만났던 주차장에 왔다.
화장실도 들리고, 앞에 있는 의자에 앉으니, 그제야 집에서 아침을 먹고, 그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음을 알았다.
바나나 한 개랑 곶감 1개,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걷는다. 아까는 그 멀던 길이 아주 가깝게 금방 역으로 왔다.
시간도 10여분 여유가 있다. 5 분쯤 지나니 하카타 역으로 갈 사람들이 꽤 들어온다.
마음 같아선 오늘은 안 걷고 호텔까지 지하철로 쭉 가고 싶었지만, 휴대폰 충전기 때문에 다이소에 들렀다.
잘 도착했으나 아무도 말 시키지 말라는 카톡 메세지를 남기고 욕조에 뜨거운 물 받아 푹 ~~~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용기를 내어 시도해 보았던 날, 목표한 결과가 다른 모양으로 나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날이었다.
그리고 내가 걸었던 길이 재미없는 것이 아니었고, 내가 재미를 찾지 못한 것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이틀에 걸쳐해야 할 일정을 하루에 해 버린 하루가 공짜로 생긴 날이었다.
길에서 만난 천사들 덕분에 다시 씩씩해 지기로…
21819보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