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현실육아.

첫 번째 기적, 50일

by 스윗

현실육아가 시작되었다.

새롭게 시작된 내 세계는

상상으로 그리던 그런 육아가 아니었다.


잠든 아이를 느긋하게 바라보며

책과 커피를 곁에 두는 여유 따위는 없었다.


드디어,

거실 소파 위에 놓인 찰떡이의 노란 똥과 함께

진짜 육아가 시작된 것이다.




산후조리원이 왜 “천국”인지

비로소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난 이주 동안 편하게 먹고 자는 동안

“잠의 소중함”을 미쳐 몰랐던 거다.


정말 그랬다.

난 잠이 너무나 고팠다.


소원이 있다면 딱 한 시간만…

포근한 침대에 발을 쭉 뻗고 잠들고 싶었다.


예전 직장에서 출산 3개월 만에 복귀하던 여직원

얼마나 위대했는지 매일 깨달했다.





갓 태어난 아이는 두 시간마다 깬다.


분유 30ml를 먹이고 트림시키고, 다시 눕히고,

정리를 끝내면 또 다음 수유 시간이었다.


수유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수유가 밀려왔다.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그 일을 계속 해내야 했다.


작은 생명체를 바라보며

사랑을 느낄 여유조차 내겐 없었다.


잠든 아기를 눕히고

떠지지 않는 눈으로 젖병까지 씻어내는 시간이

매일 벅찼으니까.


그리고, 기다리던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오셨다.

“헤어질때 부둥켜안고 운다”는 전설의 존재.


하지만, 반가움은 잠시였다.


“아유, 초산모라 뭘 모르네. 그냥 물티슈로 닦아도 돼.”
“요즘 엄마들은 유난이야”


아이의 물건을 들춰보며 체크하는 모습에

내 마음에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세워졌다.


같은 목적을 가졌지만,

결이 다른 타인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이

이렇게나 불편할 줄이야.


공기가 바삭거리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

우리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어색한 공기만 흘려보낼 뿐이었다.


찰떡이도 그 공기를 느낀 것 같았다.


우리의 서툰 손길엔 얌전하던 아이가

산후도우미 이모님만 안으면

얼굴이 빨개지도록 자지러지게 울었다.


그 순간, 내 선택은 확고해졌다.


"저… 저희 집과는 잘 맞지 않으신 것 같아요.”


말이 끝나자마자 쏟아진 불만들.

“초산모들은 원래 까다롭지”는 말까지.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오시면

달콤한 잠을 꿀 수 있을거란 기대는

완전히 어긋난 예상이었다.


짧지만 불편했던 3일이 지나고,

내가 진짜 만난 산후도우미 이모님은

바로 자동분유기였다.


피로 속에서 만난,

첫 번째 구원.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분유가 나오다니…


졸린 상태에서 줄어든 “한 가지 일”이

큰 힘이 될 줄은 몰랐다.


육아는 템빨!

이라는 선배들의 조언이 와닿는 순간.


그리고

찰떡이가 50일이 되던 그날.

난 기쁨의 만세를 불렀다.


세상에.

4시간이나 자다니…


꿈에 그리던 “50일의 기적”이었다.


그 작은 변화가,

내 숨을 다시 쉬게 해준

첫 기적이었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4화드디어 집에 왔다. 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