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뮐러, 독일인의 사랑

막스 뮐러

by 마니피캇



'타인이란 존재가 도대체 무엇일까?'

소설 속 '나'는 이렇게 물었다.

"사람은 서는 법, 말하는 법, 걷는 법을 배워야 하지만 사랑은 배울 필요가 없다. 사랑은 생명과 마찬가지로 이미 우리 자신에게 속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덮으며, '타인이란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존재한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므로 사람은 사랑하는 존재다.


이 책은 한 남자와 그가 사랑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지만 문장은 몹시 시적이다. 그래서 시를 읽듯 뜻을 음미하며 읽어야 한다. 막스 뮐러의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신학적, 영성적, 문학적 깊이를 연구하면 더 좋겠지만, 그저 곰곰이 생각하면서 읽어도 그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다.

사람이 사랑하는 존재이므로 '사랑하는 것'이 삶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나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떠올랐다.


내가 만약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만 있다면
나는 헛되게 세상 사는 것이 아니리.
내가 만약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만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달래줄 수만 있다면
더하여, 나래 지친 울새 한 마리를 도와 제 둥지로 돌아가게 할 수만 있다면
나 결코 헛되게 세상 사는 것이 아니리.

- 에밀리 디킨슨, 내가 만약


불치병으로 하루하루의 삶조차 감사하며 살고 있던 마리아에게 귀족인 아버지와 형제들은 신분과 사회적 권위에 맞는 이를 만날 것을 강요한다. 그녀는 늘 죽음을 앞두면서도 그 세상의 기준을 두려워하였다. 그녀의 사람다운 삶은 언제였을까. 귀족의 권위를 가지고 평생 침대에서 환자로 지냈던 시간일까, 가난한 청년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자신도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한 후의 마지막 하루였을까. 참된 사랑을 거절하고 때로는 방해하기도 하는 속물적 세상을 향해 뮐러는 일갈한다.


"세상은 삶에 있어서 가장 성스러운 것을 가장 천박한 것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사랑을 비웃고 일시적인 도파민이나 생을 편안하게 해 줄 사회적 지위나 재산 따위로 그것을 훼손하는가.




[책꼽문]

1. “당신은 왜 나를 사랑하나요?”

“왜냐고요? 마리아,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느냐고 물어보십시오. 꽃한테 왜 피어 있느냐고 물어보십시오. 태양에게 왜 빛나고 있느냐고 물어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2. 삶을 짊어지게. 기약 없는 슬픔에 사로잡혀 하루라도 헛되이 보내는 일이 없도록 하게. 될 수 있는 한 남을 위해 노력하는 거야. 자네가 아는 인간들을 도와주게나. 그들을 사랑하면서, 그분처럼 아름다운 영혼을 이 세상에서 만나고 사랑했음을 신에게 감사드리게. 또한 그녀를 잃은 것까지도 신에게 감사해야 하네.


3. 하느님의 빛으로부터 나와 그 빛 안에서 합일이 이루어지면 교만한 마음이나 경솔함·방자함이 없으며, 자유분방한 기질을 볼 수 없게 되리로다. 오직 끝없는 겸허함과 무한히 자신을 낮추는 마음, 정직함과 성실, 평등과 진실, 평화를 사랑하고 만족을 아는 마음처럼 덕성으로 간주될 만한 일체의 것이 자리하게 되느니라.


4. 인간의 마음이란 어차피 이해하기 힘든 것들로 가득 차 있는데, 인간의 영혼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왜 모조리 알려고 하는가? 자연이든 사람이든 또는 자신의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든, 우리를 가장 매료시키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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