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잔, 꿈값
나는 매일 꿈값을 지불하고 꿈을 산다.
아이가 아픈 날이면 집 앞 카페에 가서 바닐라 라떼나 라떼 한잔을 사들고 온다. 커피 한잔을 마시는 건 아이가 어린이집, 유치원을 가기 전 육아를 혼자서 해야 할 때였다. 이제는 아이가 제법 성장해 유치원을 가는 시기가 되어 그러한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요 며칠 아이가 아픈 듯도 하고 기운이 없는 듯도 하여 걱정이 되던 참이었는데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엄마, 나 머리 아파, 어지러워"
고열이 날 때면 어지럽다는 아이... 열이 39.1도였다. 고열이 날 때가 많진 않은데 연휴기간이라 병원에 가지 못하고 약만 받아먹어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다.
어렵사리 어플로 병원 예약을 하고 출근 준비를 하던 남편에게 말한다.
"나 커피 좀 사오께"
"나 바쁜데..."
"응, 알아 근데 나 오늘 동화수업도 못 가고... 내 꿈값이야, 부탁해!
아픈 거 보니 이거 일주일짜리야"
매주 기대하던 동화 쓰기 수업을 가지 못하고 아이 병원 방문에 육아에 이기적인 엄마라는 생각도 들지만 듣고 싶던 수업에 가지 못하니 커피라도 마셔야겠다는 이상한 마음이다. 게다가 일주일은 유치원에 가지 못할 거 같은 느낌...
아침에 아이와 떨어져 마시는 커피와 시간에다 꿈값이라고 이름 붙였다.
나는 아이가 지금보다 어릴 때 아침 7시, 1시간씩 카페에 앉아 글을 썼다. 잘 써지는 날도 있고 몇 줄 쓰다가 마는 날도 있었는데 달달한 라떼 한잔 마시며 글을 쓰고 있으면 무엇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작가다. 나는 작가가 될 거다!라고 자기 암시를 해주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꿈이 사라질 것 같았기에 "작가"라 이름 붙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