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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돈키호테 1-10

비스카야인과 돈키호테 사이에 일어난 다음 이야기

by 에이드

"나의 주인 되시는 돈키호테 나리, 이 혹독한 전투로 얻은 섬을 제게 다스리게 하소서. 그 섬이 아무리 넓다 할지라도 저는 섬을 다스린 일이 있는 세상 어느 누구 못지않게 훌륭히 다스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요"(146p.)


산초는 섬의 통치자가 될 마음의 준비가 이미 다 되어있다. 그동안 섬이 없어서 못 다스렸던 거지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며 자신감 충만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누구보다도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을 것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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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카야인과 싸울 때 귀를 다쳐 피를 철철 흘리는 돈키호테에게 산초는 상처 좀 치료하라며 자루에 약이 있다고 권했는데 돈키호테는 오히려 태연하다. 피에라브라스의 향유를 만드는 방법을 잊어버렸는데, 기억해 내기만 하면 이까짓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 향유는 한 방울만 먹어도 웬만한 상처는 다 치료하며, 향유 두 방울이면 두 동강 난 몸도 붙일 수 있어 되살아난다는 거다. 돈키호테, 당신은 다 계획이 있구나.


산초는 그런 신비한 향유가 있다면 약속한 섬보다 향유 제조법을 전수받고 싶다고 소망을 바꿨다. 금방 부자가 될 수 방법이 있는데 섬을 왜 기다리겠나.


문제는 돈키호테가 제조법이 기억 안 난다는 것인데..... 만드는 방법은 그가 읽었던 기사 소설 속에 있었을 것이다. 이런! 대현자 '프리스톤'이 책과 서재를 다 없애버렸지. 돈키호테는 영민하니 언젠가는 기억해낼 것이고 그럼 편력 기사보다 의술로 세상을 구할지도 모르겠다.




* 인상 깊은 구절

(상처를 치료하던 중 부서진 투구를 보고 돈키호테는 결심했다.)

150p. "나를 이렇게 만든 자에게 복수할 때까지.... 식탁에서 밥을 먹지도 않고 아내와 잠자리도 하지 않으며 그밖에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하지 않는 삶을 내가 살 것을 만천하에 천명하노라.....(복수가 현명하지 않다고 산초가 조언을 하자, 복수를 취소하며).... 대신 이 투구만큼이나 좋은 것을 힘으로 다른 기사에게서 빼앗을 때까지는 내가 말한 생활을 엄수할 것을 새로이 맹세하는 바이다."



150p. "그 따위 맹세는 악마에게나 줘버리세요. 그런 것은 건강에도 좋지 않고 마음만 상하실 텐데요."




치료를 하고 간단한 식사를 한 후 밤에 잠을 잘 수 있는 곳을 찾아 다시 출발했다. 마을까지 가지 못하고 해가 저무는 바람에 산양을 치는 목동들의 오두막 근처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똑같이 불편한 상황에서 산초는 불행해했고 돈키호테는 만족해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그는 자신의 기사도 수련을 용이하게 해주는 고행의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1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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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를 보고 있자니 옛날 전래동화 '우산장수'이야기가 떠오른다.

옛날에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었다. 첫째 아들은 우산장수이고 둘째 아들은 짚신 장수였다. 비가 오는 날에는 둘째 아들의 짚신이 안 팔릴 테니 걱정이었고, 맑고 화창한 날에는 첫째 아들의 우산이 안 팔릴 테니 슬퍼했다.

매일매일 얼굴이 어두운 어머니 앞에 어느 날 지인이 찾아왔고 사정을 듣고 한마디 한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 비가 오는 날에는 첫째 아들의 우산이 많이 팔릴 테니 기쁘고, 맑은 날에는 둘째 아들의 짚신이 잘 팔릴 테니 즐겁지 않으냐고.

그 후부터 어머니는 매일매일이 걱정이 아니라 행복으로 채워졌다.


이왕 선택해야 한다면 돈키호테처럼 '긍정'을 선택해야 한다. 나의 노력으로 바뀌지 않는 현실이라면 상황을 좋은 쪽으로 해석한다면 같은 시간을 기쁨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긍정과 부정 중에서 습관적으로 어느 쪽을 선택하는 사람인가. 당신은 매일이 행복한가?



..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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