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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돈키호테 1-15

돈키호테가 포악무도한 양구에스들과 만났을 때 당한 불행한 모험 이야기

by 에이드

그리소스토모의 장례식이 끝나고 돈키호테는 산초와 함께 여자 목동 '마르셀라'를 찾으려 했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숲을 헤매다 피곤해져 풀밭에서 잠시 쉬기로 했는데, 마침 그곳에는 갈리시아 마부들이 낮잠을 자고, 그들의 조랑말들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로시난테'는 암말들의 냄새를 맡고 본능에 따라 다가갔으나 암말들은 '로시난테'를 걷어차고 이빨로 물어뜯어 확실히 거절한다. 여기서 끝나면 좋았을 텐데 마부들이 자기들 암말에게 다시는 얼씬도 못하게 하려고 로시난테를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우리의 돈키호테,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지. 자신의 충직한 말을 이렇게 만든 마부에게 칼을 들고 달려간다.

스무 명이 넘는 마부들의 숫자에 겁이 난 산초지만 주인의 용감함에 부응해 같이 마부들에게 덤빈다. 그러나 두 명이 스무 명을 당해낼 수는 없어 마부들의 몽둥이질 두 방에 쓰러졌고, 갈리시아인들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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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초 : "주인님, 너무 아파요.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그 '마법의 물약' 좀 주세요"


* 돈키호테 : "이 사람아. 있으면 내가 벌써 먼저 먹었지..... 지금은 없지만 이틀 안에 구할 테니 두고 보게. 그리고 앞으로는 상대방이 기사가 아니면 산초, 자네가 나 대신 싸우게. 기사는 기사끼리 싸워야 한다는 기사도 규칙이 있는데 내가 깜빡 잊었어. 전투를 관장하는 신이 내가 기사가 아니라 목동과 싸웠기 때문에 지는 벌을 내린 거야.


* 산초 : 뭐라굽쇼? 나리, 저는 평화주의자예요. 게다가 어떤 모욕도 참을 줄 압니다요. 그건 먹여 살려야 하는 처자가 있기 때문이죠. 여태까지 당한 모욕과 당할 모욕과 당할지도 모를 모욕과 당했을지도 모를 어떤 종류의 모욕이건, 상대의 신분이 높건 낮건, 부자건 가난뱅이건, 귀족이건 평민이건, 신분이나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모두 용서해 줄겁니다요.(221p.)


* 돈키호테 : 내가 앞으로 섬을 주겠다고 한 거 기억하지? 섬을 통치하려면 공격하고 방어하는 기술도 알아야하니까 미리미리 연습하는 게 좋아.


* 산초 : 그런 연습보다 당장 약이 급해요. 아프다고요


* 돈키호테 : 세월과 함께 잊히지 않는 기억은 없고, 죽음과 함께 끝나지 않는 고통은 없네. 힘은 없겠지만 힘을 내게, 산초. 운이란 것은 불행 속에서도 빠져나갈 문을 항상 열어 놓지. 불행을 해결하라고 말일세. (224p.)


* 산초 : 아이고! 기억이 잊히도록 세월을 기다려야 하고 고통을 끝내 주는 죽음을 기다려야 한단 말입니까?



>>>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부모님들이 다 산초 같은 마음이 아닐까? '먹여 살릴 처자를 위해 어떤 모욕도' 용서하겠다고 했다. 용서는 타인의 처지를 살필 줄 아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지만 이해되지 않는 것을 이해하려고 끙끙 앓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당장 내게 무엇이 소중한가를 늘 기억하고 있겠다는 태도가 멋지다. 상대가 누구든 모두를 용서할 수 있다면 해탈의 경지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오늘의 나도 자식들을 생각하며 크고 작은 모욕에 눈을 감았다. 산초, 너도 힘들었구나.

우리 힘내자. 돈키호테가 '운이 불행 속에서도 빠져나갈 문을 항상 열어'둔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려보자.





.. To bo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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