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이드 Oct 02. 2022

쉽게 읽는 돈키호테 1-25

시에나 모레나 산맥에서 겪은 돈키호테의 일들과 벨테네브로스의 고행 흉내

'카르데니오'의 이야기 결말을 마저 듣고 싶었던 돈키호테는 산초와 함께 '카르데니오'를 찾아 숲을 뒤졌다.


* 산초 : 나리가 <흉한 몰골의 누더기 기사>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기만 했어도 우리가 이렇게 숲을 헤매는 일은 없을 겁니다요. 여왕님이 불륜일지도 모르고, 그 사람들이 불륜이든 말든 우리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 여자 편을 든 겁니까요?


* 돈키호테 : 상대가 정상이든 미치광이든 상관없이 세상의 모든 여성의 명예를 지켜주는 것이 편력기사의 의무네. 그리고 나는 여기서 롤모델 '아마디스'의 고행을 흉내 내 유명해질 거야. '아마디스'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미친 짓은 안 하고 통곡과 비탄으로 누구보다도 높은 명성을 얻었어. 남들의 수행에는 사정이 있었겠지만 나는 아무런 까닭 없이 미쳐보겠네. 이유가 있어서 미친다면 감사할 일이 뭐가 있겠나. 핵심은 아무런 이유도 없는데 미친다는 거야.(356p.)  그럼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나를 더 궁금해하겠지. 


>> 세상 모든 여자의 명예를 지켜주고 싶다니 돈키호테는 젠틀맨이구나. 요즘 같은 시대에는 '내 명예는 내가 지킨다'겠지만 보호해야 할 약자들은 늘 많이 있고 그들의 편에 서는 사람들을 응원해줘야지. 기사도가 넘쳐나는 국회와 관공서를 상상해본다. 음...... 뉴스에서 본 모습이 전부는 아닐 테지.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숨은 기사님들을 우리가 못 알아본 것일 뿐이겠지. 


>> 아무런 이유 없이 미치는 것이 핵심이라니 반갑고 위로받는 이 기분은 뭐지?

누구나 무언가에 미쳐서 산다. 그것이 일이든 돈이든 육아든 공부든 게임이든 놀이든 미쳐야 산다. 몰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불안하거나 무기력해 보인다. 아무 일 없어서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면 자신감이 없어 보일 때가 많다. 책을 애정 하는 나는 돈키호테처럼 가상현실화까진 되진 못해서 한수 아래다. 어떤 목적이 있어 책을 읽는 거라면 그래, 감사해야 할 이유는 없지.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는 것뿐이니까. 하지만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좋아서 하는 거라면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책 읽는 시간은 황금이요 연인을 만날 때처럼 두근두근, 방해받으면 안달 나는 이 상태는 역시 정상이 아니다. 



* 돈키호테 : 내가 수련을 하는 동안 자네는 '둘시네아'공주에게 사랑의 편지와 고생스러움을 전해주고, 내가 굶어 죽으면 안 되니까 얼른 돌아오게. 그녀와는 12년 전에 딱 1번 눈이 마주친 게 다지만 뭐 괜찮아. 내가 사랑하니까. 둘시네아 공주의 부모님은 농사꾼 '로렌소 코르추엘로'니까 그 집을 찾아가 보게.


* 산초 : 귀부인 '둘시네아 델 토보소'가 농부 딸이라고요? 그 처녀는 힘센 남자처럼 몽둥이도 잘 던지고 씩씩하고 가슴에 털도 있었어요. 밭일을 하느라 얼굴은 햇빛에 탔고 목소리도 크고 말도 잘하고 사교성도 좋은데 뭘 봐도 찡그리고 애교는 없던걸요? 그런 여자를 왜 좋아하세요?


* 돈키호테 : 산초, 남들 눈에 하찮게 보인다고 해서 내가 잘못 선택한 거라고 말하는 건 낡은 생각이네. 그녀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 옛 시인들이 찬양한 여성들이 100% 실제 인물인 것도 아니고, 사실여부를 추궁해서 얻는 실익도 없잖은가. 그냥 내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공주라고 믿으면 되는 거야. 사랑은 그런 거거든. 사랑하는 감정이 일어나는 이유는 두 가지야. 여성의 대단한 아름다움과 좋은 평판이지. '둘시네아'가 그 두 가지를 다 갖고 있다고 내가 상상하면 돼. 


>> 돈키호테의 둘시네아에 대한 사랑은 이미 종교다. 내가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라 믿기로 했다는 것에서 행복한 결혼생활의 방편이 엿보인다. 함께 살면서 안 싸우는 사람 없고 가까이 있으면 단점이 잘 보이기 마련. 남 탓하고 불평하기보다 좋은 점을 되뇌이고 내 배필로 최고라고 믿어버리면 된다. 다른 걸 생각해서 무슨 소용이며 가치는 내가 발견하고 지키는 거지. 흔들리고 싶지 않다면 돈키호테처럼 믿어버리자.






<슬픈 몰골의 기사>는 종자가 떠나기 전 고행은 이런 것이라며 본을 보였다. 바지를 벗고 길어서 다행인 윗옷만 걸친 채 허공에 발차기, 공중제비를 두 번이나 넘었다. 돈키호테의 아랫도리를 차마 볼 수 없었던 산초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모시던 주인이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없이 한 여자 때문에 미쳐간다니 괴롭고 화가 났다.


저렇게 고생을 하는데 돈키호테가 부탁한 사랑의 편지를 둘시네아에게 전달해 꼭 답장을 받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또 산초의 수행료를 당나귀 새끼 3마리로 지급하라고 적은 서명 없는 증서를 돈키호테의 조카딸에게 전달하기 위해 출발을 서둘렀다. 






* 산초의 속담 보따리(352p.)


- 저는 제 포도밭에서 와서 아무것도 몰라요 

(진실이든 거짓이든,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기 위한 변명으로 사용하던 경구)(351p.)


- 물건을 사고 거짓말하는 사람은 자기 주머니가 그걸 알지요 

(싸게 샀다고 우쭐대는 사람을 책망할 때 사용되기도 하고,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352p.)


-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는 있는데 그걸 받치는 말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요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없는 경우에 사용한다)

vs 말뚝은 없는데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가 있다 

(아무런 징조도 보이지 않지만 예기치 않게 좋은 일이 있을 수 있음을 의미)(352p.)


- 누가 허허벌판에 문을 세울 수 있습니까요?

(인간의 능력밖에 있는 일들이 있다는 뜻)

= 누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까?

= 누가 하늘의 별을 셀까?


목매달아 죽은 사람 집에서는 밧줄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 안녕 나는 이사 간다

(어느 집에 들어간 도둑이 이불을 훔쳤는데 그 속에 말려 있던 노파가 집을 나서는 순간 했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작별할 때 쓰는 표현이다.(367p.))




.. To be continued......

이전 06화 쉽게 읽는 돈키호테 1-2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