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말미암은 돈키호테의 몸부림이 시에라 모레나 산속에서 계속되다
돈키호테가 '아마디스 데 가울라'를 롤모델로 정한 이유는 멀쩡한 정신에 미친 짓도 하지 않고 사랑에 빠진 것으로 유명해졌기 때문인데 그가 가장 많이 한 고행은 기도였다. 기도할 때 필수인 묵주가 없어서 대체제로 셔츠를 찢어 매듭을 11개 만들어 성모송을 1백만 번이나 중얼거렸으나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쓸쓸했다. 풀밭을 하릴없이 산책하고, 둘시네아를 칭송하는 시도 짓고 한숨도 쉬고 고함을 질러 메아리로 대화도 하며 심심함을 달랬는데 나중에는 배가 고파 먹을 수 있는 풀을 구하러 다녔다. 산초가 사흘 만에 돌아왔기에 망정이지 3주나 걸렸다면 돈키호테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한편, 산초는 편지와 증서를 전하러 가던 길에 객줏집 앞에서 돈키호테의 절친인 신부님과 이발사를 만났다. 산초는 주인의 괴상한 고행을 숨기고 싶었지만,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주인을 살해하고 주인의 말까지 훔친 도둑이 될 것이라는 협박에 그동안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한다. 신부님과 이발사가 믿을 수 없어하자 산초는 자기 말이 진실임을 증명할 편지와 증서를 보여주려 하는데, 이럴 수가. 안 가지고 왔네?
신부님은 관례에 따라 정식 종이에 적지 않고 메모장에 휘갈긴 증서는 법적 효력이 없으니 다시 돌아가서 제대로 받아오자며 산초를 위로했다. 신부님과 이발사는 광기에 휘말려 숲 속에 있는 친구를 구출하기 위해 작전을 짠다. 이발사는 편력하는 처녀로, 신부님은 처녀의 종자로 변장해서 돈키호테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분명 도와줄 것이니 그렇게 집으로 어물쩍 데리고 가는 것이 미션이다.
>> 책을 읽으면서 언제나 그를 걱정해주는 친구를 두명이나 둔 돈키호테가 부러웠다. 책에 푹 빠져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남이 들을 때는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라도 다 들어주고 토론하는 신부님과 이발사를 보면서 어떤 천재든 혼자 빛날 수는 없구나 싶다. 그를 알아주는 사람이 친구이든 부모형제든 스승이든 누군가는 있어야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린 누구나 남들이 이해 못 할 부분들이 약간씩은 있지 않나? 이해되지 않는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개발하면 어떤 식으로든 성과물이 나올 것이다. 이를 보듬어주고 사회 속에 적응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친우를 사회 시스템으로 만들어 놓는다면 더 많은 천재들을 만날 수 있을 텐데.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