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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돈키호테 1-6

돈키호테의 서재에서 신부와 이발사가 행한 멋지고도 엄숙한 검열에 대하여

by 에이드

신부와 이발사는 농부에게서 들은 자초지종과 가정부와 조카가 말을 토대로 이 모든 것이 기사 소설 때문에 벌어졌다고 판단했다. 원인을 없애서 두 번 다시 돈키호테가 이상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책을 불살라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돈키호테의 서재에 1백 권이 넘는 책이 보관되어 있다 보니 한 권 한 권 다 검토해서 불태울 책과 보관책을 분리하기가 어려웠다. 시작은 꼼꼼하게 하다가 나중에는 지쳐서 그냥 다 불태우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다.


돈키6.png


- 가정부 : (성수와 성수 솔을 신부에게 주며) 이걸 서재에 뿌려서 이 책들 속에 있는 그 많은 마술사 놈들을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내몰아 주세요. (106p.)


- 조카딸 : (신부가 시집 정도는 남겨두려 했을 때 시집도 마저 다 태워달라고 요청한다)

삼촌이 기사병에서 다 나으신 다음 이번에는 그런 책(시집)을 읽다가 양을 기르는 목동이 되어 노래를 부르고 피리를 불면서 숲이나 초원으로 돌아다닐 생각을 하시게 될까 봐 그래요. 그것보다 더 큰 일은, 시인이 되겠다고 하시면 어떡해요. 사람들 말로는 그건 낫기도 어렵고 벗어나기도 힘든 병이라던데요 (113p.)

-> 세상의 직업 중 가장 어렵고 고귀하게 여겨지는 직업이 있다면 단연코 시인이라 생각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볼 줄 아는 안목, 정밀히 오랜 시간 들여다볼 줄 아는 인내력과 관찰력,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할 줄 아는 언어구사력까지 갖추어야 함에도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인이라는 직업의 길 앞에는 사회적 편견과 가난함이라는 고난이 있나 보다.


- 이발사 : 안됩니다. 신부님. 제가 듣기로는 이 책(에스파냐에서 출간된 첫 기사소설)이야말로 지금까지 쓰인 기사 소설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이런 책 중에서 유일하게 용서해 줘야 할 겁니다.

-> 각자에게 유일하게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은 책이 있을까? 감동 깊게 읽은 책들도 여럿 있지만 역시 시집을 선택할 것만 같다.


- 신부님 : 그렇다면 당장은 살려두지./ 오래된 책이지만 사면할 이유가 없어. / 이해해 봤자 좋을 건 없네

-> 책을 불태울지 보관할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신부가 하고 있으며 책을 사람으로 대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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