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착한 기사 돈키호테가 두 번째로 집을 나서는 이야기
가정부, 조카딸, 신부님, 이발사는 책을 불태우고 서재를 아예 벽으로 봉해버렸다. 돈키호테는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서재 자체를 찾을 수가 없어 어리둥절해했다. 조카딸은 구름 속에서 마법사가 뱀을 타고 내려와 이렇게 마법을 부렸다며 둘러댔다. 돈키호테는 위대한 현자이자 마법사인 '프리스톤'이 자기를 질투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수긍했다.
돈키호테의 적수는 이미 인간이 아니다. 사람의 힘으로 당해낼 수 없는 마법사마저 경계하는 돈키호테라면 유심히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책은 불살라졌지만 책의 모든 내용이 이미 돈키호테에게 내면화되어 그를 바꿀 수 없을 듯하다.
118p. (악당과 싸우겠다며 소리를 지르는 돈키호테에게 신부가 한 말) 운이란 움직이는 것일세. 오늘 잃은 것은 내일 얻을 수 있는 법, 모두 하느님의 뜻이지. 그것보다도 지금은 자네 건강이나 돌보시게. 상처는 없지만 심히 지쳐 있는 것 같으니 말일세.
집에서 쉬는 동안 돈키호테는 이웃에 사는 착하지만 머리가 약간 모자라는 한 농부를 자신의 종자로 삼는 데 성공했다. 드디어 등장하는 산초 판사! 돈키호테는 산초에게 자신과 함께 모험을 하게 되면 6일 안에 섬이나 왕국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때 산초더러 그 섬을 다스리게 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문득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떠오른다. 그는 1983년 마케팅의 황제라 불렸던 펩시 CEO 존 스컬리를 스카우트하고 싶어 했다. 그는 전혀 다른 업종의 애플로 옮기는 것에 주저했는데 이때 스티브 잡스의 말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돈키호테도 산초에게 그런 의미를 남겼을까?
이런 제안에 누가 가슴이 떨리지 않을 수 있으랴. 모험에 성공만 한다면 아내와 자식에게 더 큰 미래를 선물할 수 있다. 안정적인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이제껏 엄두도 내보지 못한 미래를 위해 첫 발을 내디뎌 볼 것인가?
모험을 선택한 산초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객줏집 주인의 충고대로 충분한 돈도 챙기고, 속옷을 비롯해 필요한 물품을 자루에 넣어 산초에게 맡겼다. 편력기사의 종자가 말이 아니라 당나귀를 탄다는 것이 기사 소설에서 본 것과 달랐지만 산초를 멋진 종자로 만들면 된다며 넘겨버렸다. 너무 깐깐한 것보다는 조금 부족한 자도 받아주는 넉넉한 품이 있는 돈키호테가 마음에 든다.
종자는 주인을 닮는다던가. 산초는 처자식에게 떠난다는 말도 없이 돈키호테를 따라 나섰다. 돈키호테 역시 밤을 택하여 아무도 모르게 출발했다. 떠난다고 말하면 붙잡혀서 시간을 빼앗기거나 결심이 흔들릴 수 있고, 마음이 섰을때 재빨리 행동해야 결심한 것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두 주인공들의 행동이 이해가 간다.
..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