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줏집에서 나온 뒤 우리의 기사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돈키호테는 정식 기사가 되어 무척 기뻤으나 자신에게 서품을 내려준 성주님(객줏집 주인)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정식 기사라면 반드시 돈과 속옷을 가지고 다녀야 하며 수행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완벽한 기사가 되기 위해 좀 더 준비를 하자고 마음을 먹은 돈키호테는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때 어디선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기쁨에 소리가 난 쪽으로 얼른 달려갔다. 숲 속 큰 떡갈나무에 15세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상반신이 벗겨진 채 묶여 있었고 그 아이를 덩치가 큰 농부가 혁대로 마구 때리고 있었다.
돈키호테가 완전무장한 상태에서 창을 휘두르며 당장 매질을 멈추라며 소리를 지르자 농부는 무서워서 사정을 이야기했다. 농부는 양 떼를 지키는 일을 하인(남자아이)에게 시켰는데, 하인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매일 양 한 마리씩 사라졌다는 것이다. 양을 잃어버렸으니 양 값을 받아야 하는데 급료를 주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그를 악덕 고용주로 판단했다. 아무리 양을 분실했어도 9달치 급료를 주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당장 소년을 풀어주고 급료를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농부가 그러겠다고 약속을 하자 돈키호테는 그를 믿고 떠나려 했는데 소년은 붙잡았다. 이렇게 돈키호테가 가버리면 자신은 다시 매질을 당할 것이라고.
인간의 선량함을 믿는 돈키호테는 부자 농부가 자신의 가문을 걸고 한 맹세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다시 돌아와 혼내면 된다며 소년을 달래고 떠났다. 그러나 돈키호테가 사라지자 소년은 다시 나무에 묶여 매질을 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보상이 이루어지는 결과까지 확실히 봤어야 했는데 아쉽다. 기왕 돕기로 했다면 끝까지 도와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절반만 돕고 가버렸으니 소년은 돈키호테를 원망하게 될까? 아니다. 자신을 도와줄 누군가가 언젠가는 나타나리라는 희망, 도움을 요청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그 전보다는 나아진 것이다. 물론 그 언젠가가 언제일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지만, 희망이 아예 없었을 때보다는 나은 것이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완벽히 돕지 못한다면 처음부터 아예 모르는 척하는 게 더 나을까, 조금이라도 힘닿는 대로 돕는 게 더 나을까를 생각해보게 하는 장면이다.
집으로 마저 돌아가던 중 무르시아로 비단을 사러가는 톨레도 상인들 무리를 만났다. 돈키호테는 그들이 자신과 같은 편력기사로 보였기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둘시네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니 너희들도 인정하라고 소리쳤다. 편력기사들끼리의 통성명 중에는 사모하는 여인에 대한 자랑도 있었나 보다.
톨레도 상인들은 돈키호테의 괴상한 몰골을 보고 정신이 온전치 않다고 판단했지만, 길을 막고 있는 돈키호테를 비키게 하려면 대화를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알지도 못하는 '둘시네아'를 아름답다고 동의하려면 얼굴이라도 봐야 하니 초상화 같은 증거라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없어도 믿고 지키려는 가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사진처럼 작은 사이즈로 품속에 쉽게 넣고 다닐 수도 없는데 큰 초상화를 어떻게 보여줄 것이며, 상대의 이런 행동은 믿지 않으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란 상대의 자부심 인정해주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리라.
상인의 하인 중 한 명이 돈키호테의 허세에 화가 나 돈키호테를 때리고 창을 부러뜨려버렸다. 때리다 지친 하인과 지켜보던 상인들은 가버리고 많이 얻어맞은 돈키호테는 녹초가 되어 일어나질 못한 채 땅에 누워있었다.
..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