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가 기사 서품식을 치르는 우스꽝스러운 방법에 대하여
하루 종일 굶은 돈키호테는 객줏집에서 주는 형편없는 식사가 꿀맛이었다. 이런 좋은 성에서 기사 서품을 받아 정식 기사가 된다면 자신이 완벽해지리라 생각했다. 어쩌면 성주가 인정해주지 않은 기사라는 점이 열등감이었을 수도 있겠다. 기사 서품식이 요즘으로 치면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했던 모양인데 객줏집 주인은 자신을 성주님으로 부르는 돈키호테를 보자 장난기가 발동해 흔쾌히 수락했다.
돈키호테는 편력 기사는 원래 돈을 안 가지고 다닌다고 당당하게 말해 객줏집 주인을 놀라게 했다. 일단 시작부터 하고 부딪혀가며 생활하는 모습이 매력적인데, 숙박업소 주인의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을 것이다. 객줏집 주인은 앞으로 절대 그러지 말고 돈은 두둑하게, 갈아입을 속옷과 다치면 치료할 약품상자 정도는 좀 가지고 다니라며 당부했다. 자신에게 기사 서품을 내려줄 성주의 말이었기에 돈키호테는 귀담아 들었다.
돈키호테는 기사 서품도 그냥 취득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갑옷을 지키는 의식'을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객줏집 앞마당에 있는 우물 옆 물통 위에 갑옷을 올려 두고 무장을 한 채 밤새도록 갑옷 근처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었다. 뭔가 얻더라도 공짜로는 얻지 않겠다는 점이 양심적으로 느껴졌다. 이런 행동을 보니 돈키호테가 객줏집에서 돈을 내지 않는 행동이 자신이 사회봉사를 하기 때문에 세상이 베풀어주는 것이므로 절대 공짜가 아니며 그렇기에 그가 당당하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이때 객줏집 손님 중 마부가 자신의 가축에게 물을 줘야 해서 물통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물통 위에 올려진 돈키호테의 갑옷을 치워야 했는데 돈키호테는 엄숙한 의식을 치르는 중이었기에 자신의 갑옷에 손끝 하나 대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며 으르렁거렸다. 마부는 웬 뚱딴지같은 소린가라며 귓등으로 듣고 갑옷을 멀리 던져버렸다.
화가 난 돈키호테가 그 마부의 머리를 창으로 힘껏 내리쳐 기절시켜 버렸다. 이어 나타난 두 번째 마부도 같은 일을 겪었다. 잘했다. 돈키호테! 내 모습이 어떻든 나를 함부로 대하는 자를 가만히 내버려둔다면 계속 무시당할 수도 있을테니까.
손님이 다치자 객줏집이 소란스러워졌고, 주인은 이런 미치광이는 얼른 쫓아내야겠다고 생각해서 초스피드로 기사 서품식을 치러줬다. 자신의 장부를 펼치고 중얼중얼 기도문을 암송하는 시늉을 했다. 손으로 돈키호테의 목덜미도 세게 때리고, 칼등으로 돈키호테의 등도 강하게 두드리며 화를 풀었다.
객줏집 주인은 기사의 몸에 칼을 채워주는 일을 창녀 두 명에게 시켰는데, 돈키호테는 자신을 도와주는 여자들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 보답은 여성들의 이름 앞에 붙이는 경칭 '도냐'를 붙여 부를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이었다. 상대의 신분에 상관없이 나를 도와준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한 명 한 명 자세히 묻고 감사해하는 태도를 보며 돈키호테의 겸손함과 순수함을 느꼈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진행된 기사 서품식에도 돈키호테는 이제야 정식 기사가 되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뻐 당장 모험을 찾아 떠나고 싶어 작별인사를 했다. 객줏집 주인은 저런 손님은 빨리 내보내는 게 이득이라며 돈키호테가 먹었던 밥값과 그의 말 사료값도 받지 않고 얼른 보내버렸다.
* 도냐 : 남자 이름 앞에 <돈>을 붙이듯이 여자 이름 앞에 붙이는 경칭 (영어의 Miss. Mrs.)
..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