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맞은 뒤 수련의 느낌

편치 않은 몸이 알려주는 신호

by 이소연


나는 결코 몸을 혹사시켜 무언가에 매달리는 타입은 아니다. 요가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몸이 편하지 않거나, 정말로 힘들거나 할 땐 과감히 푹 쉬어준다. 이번 달엔 몇 달 동안 보지 못 했던 지인들을 한꺼번에 만나니 약속들로 꽉 차서 주말마다 서울에 가곤 했다. 그리고 백신 맞기 전 1주일 동안 몸살을 앓고서 지난주 토요일에 모더나 2차를 맞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주 죽을 뻔했다.


오한, 근육통, 열 이런 것들은 아무래도 다 좋았지만 제일 힘들었던 건 불면증에 시달리는 거였다. 분명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는다. 눈을 감아도 머릿속은 아주 멀쩡하다. 그래서 요가원에 일주일 좀 넘도록 못 갔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수련에 나오고 해 보니 그 느낌은 평소에 느꼈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몸이 내게 '무리하지 마'라는 신호를 보낸다.



나를 존중해줘.


나는 아직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야.


하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했으니 이정돈 해도 될 것 같아.



마치 내게 말을 걸듯이. 그리고 힘이 없어 못 할 것 같던 동작도 땀을 흘리면서 해낸다. 나 자신을 압박한 건 아니다. 그저, 이 정도는 허락할 수 있다는 무언의 느낌이 들었던 것뿐.


조금 더 나의 몸의 언어를 세밀하게 알아가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나의 몸이 덜 고통스러울지. 어떻게 해야 나의 욕심으로 나의 몸이 다치지 않게 할 수 있을지. 백신을 맞고서 한참을 끙끙 앓고서 들어간 요가 수련을 통해 나는 조금 더 나의 몸의 언어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래서 그날의 수련은 마치 나의 몸과 서로 대화를 하듯, 교감을 하며 맞춰나가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요즘 들어서 내가 나의 욕심이 나도 모르는 새에 많이 생겼다는 걸 이번 수련을 통해 자각하게 되었다. 점점 좋아지는 나의 몸으로 인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서 인지, 나는 나도 모르게 나의 몸을 그동안 많이 압박하고 있었나 보다. 나름 많이 비우고 수련을 한다고 해도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수련을 통해 평소라면 더 진도를 나갔을 동작들에 제동을 걸었다. 나의 몸이 버거워한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굳어있지 않은 나의 몸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다. 그동안의 수련의 깊이가 얕지만은 않았음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평소의 내가 느끼고 있던 '욕심'을 내려놓는 경험을 했고, 나의 몸에 대한 '감사함'을 진하게 느꼈다.


평소와는 다른 몸의 상태. 개운치 않은 상태. 어쩌면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을 그런 상태.


평소라면 잘 되었을 동작도, 기분 좋았던 느낌도 잘 느껴지지 않는 그런 불쾌한 상태.


그런 상태 속에서 수행한 수련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나의 몸의 허락을 구하고 가까스로 하루에 한 타임씩 듣는 이 시간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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