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고객사가 생겼다
나의 한계는 내가 만든다
앞선 내용에서 PM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는데 이는 Project Manager의 약자로 헤드헌터 업계에서는 고객사의 채용 담당자와 소통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헤드헌터라고 하면 많이들 억대연봉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오는 이유이기도 한 매출구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안다. 심지어 필자도 그 내막이 너무 궁금했었다. 입사를 하고 나서야 알게 된 이 매출 구조를 공유로 이번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내가 헤드헌터로 구직할 당시에 구글, 네이버, 다음 등 유명한 검색 플랫폼에서 검색해 봐도 그 구조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의아할 정도로 굳이 감출 필요가 있는가 생각된다. 물론 일부로 감추려고 한 게 아닌 굳이 알릴 필요가 없어서 알리는 사람이 없던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난 이 번 계기로 이 내용을 알리고 싶다. 그 이유는 정보의 장벽을 허물어 더 많은 사람이 헤드헌터라는 직업으로 오는 허들을 낮추고 싶기도 하고 또 다른 이유로는 이를 알려서 채용사들이 헤드헌터의 정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알았으면 하는 이유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헤드헌터의 수입구조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1) 영업 2) PM 3) 후보자 탐색. 여기서 말하는 영업은 말 그대로 우리에게 채용건을 공유해 주는 회사의 수를 늘리는 액션을 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두 번째로 PM은 영업을 해 온 회사의 채용건을 회사내부 혹은 코워커(함께 일하는 동료 내지는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소통하며 후보자를 공유받으면 해당 후보자를 영업해 온 회사에게 추천을 해주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후보자를 탐색하고 PM에게 후보자를 추천하는 사람들을 써처(Searching+er)라고 한다. 이 일을 하다 보면 3개 역할 중에서 사람마다 잘하는 분야 내지는 좋아하는 분야가 나뉜다.
맨 처음에는 모든 사람들이 후보자를 써칭 하는 써처로 커리어를 시작한다. 후보자를 써칭하고 추천하는 방법을 배워야 나중에 PM이 되었을 때도 써처분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으며 공감을 바탕으로 소통이 되기 때문이다. 써처분들 중에 대게는 써칭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PM이 적성에 안 맞거나 영업을 해 본 적이 없는 분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더불어 걸핏 보기에는 PM을 하면 써처분들이 추천한 사람들의 이력서를 채용사에 이메일만 주면 되는 것처럼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생각보다 그 작은 행동에 내포되어 있는 작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조율하는 부분이 쉽지만은 않다.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를 선택하고 결정을 내리는데에 있어서 나에게 떨어지는 매출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1명을 한 회사에 입사를 시켰다고 가정하고 우리에게 수수료가 1천만 원이 떨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1천만 원이라는 매출은 영업을 해 온 사람에게 25%, PM에게 25%, 남은 50%는 매출의 발생의 기원을 만들어준 메인써처에게 배분이 되는 게 헤드헌팅의 수입구조다. 그래서 사실상 내가 고객사가 없고 영업을 하지 않아도 서칭만 잘해도 이 업계에서 먹고살 수는 있다. 다만 서칭만 하는 사람들은 어느 달에 추천을 아예 안 하면 그다음 달 매출이 바로 0원을 찍을 수 있겠지만, PM의 경우 직접 후보자를 서칭 하지 않아도 써처분들이 추천해 준 후보자분들이 입사할 경우, 25%의 수익을 가져가게 되니 각 역할이 장단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영어를 조금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동료들이 한국 고객사 PM을 받는 동안 모두 외국계 회사 PM만 담당했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PM 역할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더군다나 서칭 또한 배워가는 단계로 PM도 서칭도 수익이 모두 0원이었다. 나와 같이 입사한 동기들은 한국 회사의 PM을 받았을 때 부럽기도 하고 언어라는 한계로 수익을 못 내는 거 같아서 회사가 나에게도 국내 PM을 주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 압박은 심해지는데 회사에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국내 회사의 PM 역할을 주지 않았다. 회사도 이유가 있었겠지만 어린 마음에 속상도 하고 서운도 했다.
사람은 이와 같은 순간에 2가지 행동을 할 수 있는데, 하나는 계속 회사에 불만불평을 갖고 나를 이 위기에서 구해주기만을 기다리거나 내가 내 살 길을 개척하는 방법이 있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내가 직접 영업을 뛰기 시작했고 글을 쓰는 시점에서 내 고객사는 5개나 된다. 그중 하나는 원래 알고 지내던 평소 나를 인정해 주는 비즈니스적으로 친한 지인이 유명 회사의 채용건을 주었다. 너무 감사한 것은 서치펌은 오직 나만 계약을 해주었다. 나머지는 기회가 되는대로 인사담당자들을 온오프라인으로 만나면 어필한 결과다.
위에서 말한 모든 내용이 회사에 다닌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을 때 발생한 일들이다. 나는 몰랐는데 주변의 평가를 들어보니 10년을 헤드헌터로 일을 해도 평생 PM을 안 해보거나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는 감사하게도 서칭도 해보고 국내외 PM도 해보고 3가지 역할에서 모두 수익을 내봤다. 사실 이 정도로까지 열심히 안 해도 나름 인정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에게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목표가 있어서 간절함의 결과이기도 했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어 나중에 출산을 해도, 남편을 따라 전국 어디를 가든 나를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도록 셀프 브랜딩을 하고 싶었다. 비록 한 회사에 속해있지만 나 자체로 하나의 기업체처럼 꾸준히 매출을 가져다줌과 동시에 나에게 자유를 주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 앞으로 그럴 수밖에 없도록 나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고자 한다.
대부분 이 업계에 있는 분들을 보면 경쟁심이 세고 같이 팀원으로 일해도 경쟁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그게 정상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경쟁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내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을 경쟁대상으로 생각하면 내 성장의 한계는 주변과 비슷한 정도 수준이 될 것인데, 내 한계는 내가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조금은 특별한 목표가 있다. 매일 난 나의 한계에 도전할 것이고 내 위의 천장이 없도록 비교조차 불가능한 경지에 오르는 게 내 목표다. 누군가 나에게 굳이 헤드헌터로서의 목표를 묻는다면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는 거라고 말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