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부터 물이 좋았다
맑은 연못이 유명했던
청수골 산책 어떠신가요
청담동은 물이 좋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이 많아 물이 좋기도 하지만 과거부터 이곳은 ‘물이 깨끗한’ 동네였다. 청담동 105번지에 있던 연못물이 맑아 ‘언주면’이라는 원 지명보다 '청수골'이라 더 많이 불렸다. 이 지역은 숫골·큰말·작은말·솔모퉁이 등 여러 가지 지명으로 불리다가 1970년에 맑은 연못이라는 의미를 담은 ‘청담’동으로 통합되고 1975년 강남구 설치에 따라 성동구에서 분할되어 강남구에 편입된다.
청담동은 1970년대 정부의 강남개발계획과 함께 하지만 주변과 개발된 양상이 좀 다르다. 평평한 지면공사 후에 도미노를 쌓듯 아파트를 지어낸 반포, 잠실, 대치동과 달리 청담동은 언덕지형을 보존한 채 개발되었다. 한강나루터에서 앵두나무를 입에 물고 풍류를 즐기던 청수골 조상들의 혼을 달래고자 남겨둔 것은 아니고, 그저 당시 도시개발 기술과 평탄화 작업을 위한 중장비가 부족했을 뿐이다.
언덕 위에 급하게 집을 짓다보니 집을 많이 지을 수가 없다. 게다가 여기저기 경사가 굽이치다보니 일정한 형태의 대단지를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청담동은 소규모 빌라와 단독주택이 많고 한강변(청담자이,청담삼익)을 제외하면 400세대가 넘는 아파트가 없다. 대거 주거단지가 없다보니 마트, 학원, 병원, 약국 등 생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인프라 부족으로 편의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이로 인한 반대급부도 있다. 청담동은 한적하고 조용하다. 가끔 청담역에서 삼성로를 따라 청담사거리 쪽으로 산책을 하는데 낮에 가도 밤에 가도 광활한 도로변에 사람이 거의 없다. 강남 한복판에 이렇게 낮은 인구밀도가 가능하다니. 회색 보도블록을 밟으며 걷는게 지루해서 아무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면 각각 개성을 드러내는 건물과 매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이 동네에는 천편일률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좁고 경사진 지면이라는 핸디캡 속에서 환경에 도전하고 자신의 개성을 어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들만 남아있다. 이곳은 변화하지 않으면 하루도 살아남을 수 없다. 아무리 유명하고 대단한 것이라도 지루해지면 이곳을 나가야한다.
혹자들은 청담동에 자리를 잡은 것들을 폄하하기도 한다. 허세, 과시의 상징이 아니냐며. 그런 것이 없다고 할순 없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맑은 연못이라는 이름처럼 순수한 느낌을 훨씬 많이 받았다. 남과 비교하기 보다는 자신과 자신의 브랜드에 집중하려는 사람들. 내면의 갈증을 해소해줄 샘물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들을 목도하고 있다. 거기서 오는 자극으로 인해 나도 안주하지 않고 여러 도전을 하고 있는 중이다.
보통 청담사거리 버버리 매장 앞까지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오늘은 SM엔터테인먼트가 있는 청담초등학교 쪽까지 한번 걸어가 봤다. 에어팟에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보아의 ‘Better'가 흘러나온다.
"그만 거기서 한 걸음만 뒤를 돌아보지 말고 걸어와
넌 나를 믿고 그냥 걸어봐 위험한 게 재미나잖아
Can't nobody tell you how to do it oh
선택은 너의 몫 도전을 해봤나 해볼까"
이 가사처럼 끊임없이 도전이 낫다고 믿는 모든 것들이 모인 곳.
이번 주말에는 청담동 산책 어떠신가요.
ps. 최애 카페 3곳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