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자신에게 향할 것
Suaviter in modo, Fortiter in re
Gentle in manner, firmly in action
몸에 새기고 싶은 한가지 단어를 꼽으라면 Suaviter(gentle)다. 성격이나 표현방식이 단호한 편이라 상대방이 위압을 느낄때가 종종 있다. 아니거나 싫은 걸 뱅뱅 돌려 말하는 방식보다는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해주는 게 상대를 배려하는 행위라고 믿었다. 업무상 일본회사와 일을 많이해서 말을 돌려돌려 표현하는 것이 비즈니스 언어인 경우가 많은데, 거기서 오는 비효율에 질려버렸다. (일본어로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닌데요’ = 현실 ‘안하겠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상대를 위해 또는 나를 위해 아닌건 아니고, 맞는 건 맞다고 강하게 표현을 했다.
시간을 아껴준 나에게 다들 사이다를 먹은 듯 시원하다고 격려해줬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깨달았다. 사람들은 나와 일하는 것에 대해 묘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혹여 실수라도 하면 내가 화를 내지 않아도 자동으로 위축되는 사람들을 봤다. 이상한 말 같지만, 나로 인해 위축되는 사람들을 보며 괜히 상처를 받았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 정도 실수는 같이 해결하면 되는데, 지레짐작해서 나를 판단하는 시선에 대해 실망하기도 하고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다. 친한 지인에게 이런 마음을 털어내니, 불편함을 느낀다면 한번 자신을 돌아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나라는 사람을 접시 위에 올려두고 가만히 쳐다봤다. 나는 왜 태도가 강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의 강한 태도는 자기방어 기제 중에 하나였다. (비교적) 어린 나이를 감추기 위해 공부을 하고, 데이터를 파고들고 논리를 만든다. 도입-전개-결말의 기승전결을 들고 있으면 아무리 연륜있는 사람, 경험 많은 사람이 와도 딱히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더욱 정보와 논리에 치중해서 결점없는 상태를 만들었다. 그 내용을 어필하려면 치기어린 호소나 웃음보단 단호함이 필요했다.
접시에 올려둔 나를 다시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부드러운 태도를 마음 속에서 새기고 며칠 동안 주변과 나를 지켜봤다. 경거망동 스페셜리스트 때문에 몇번 위기는 있었지만, 단호함을 줄이고 감정을 빼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더 무서워(?)하는 듯 했지만, 점점 자신감을 갖고 말하는 후배들과 주변에서 서성이는 선배들이 보였다.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드니 나의 고민이 해결되는 속도도 빨라졌다. 효율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보다 더 큰 효율은 없었다.
친절한 행동을 하면 괜히 손해보는 기분이 들수 있다. 하지만 친절은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것이고, 배려는 자기주도적이다. 내가 타인을 도와주거나 보살피려는 나의 선택이다. 반대로 불친절하거나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는 것은 결국 시선이 타인에 가있는, 눈치를 보는 행동이다. 타인이 나를 무시할까봐 미리 선제적으로 벽을 치는 거다. 내가 어린 나이나 부족한 관록을 감추기 위해 단호함을 선택했듯, 불친절함은 자기 인생을 타인에게 맡기는 수동적인 행동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태도로는 어떤 일도 진행되지 않는다.
일을 잘 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태도는 친절해야한다. 다만 친절이 모든 것을 수용한다는 뜻은 아니니 행동에서는 꿋꿋해야한다. 미소를 띄고 살되, 자신이 정한 방향에 대해서는 우유부단 하지 않길. 그것이 자기주도적인 삶의 기본 베이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