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하고도 발칙한 다이어리
시평선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상의 선이다.
나는 우리 선생님도 중2병 증상이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중2병이 전염병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크다. 주위가 온통 중2 바이러스로 득시글득시글하니까 선생님이 감염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선생님은 ‘조’와 ‘울’의 리듬이 주기적으로 변화를 보인다. 대부분 주초에 ‘울’의 감정이 나타난다. 그러나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해서 그걸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저 말이 없고 잘 웃지 않을 뿐이다. 주초에 선생님은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응, 그래, 알았어, 하며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오늘 동아리 활동에서는 열정의 포텐이 한꺼번에 터졌다.
“오늘은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쳐서 중2병에 대하여 아무 이야기나 막 던져보는 거야. 현실적이어도 좋고 상상이나 망상도 대환영이야. 누군가 이야기를 꺼내면 거기에 마구 덧붙이기를 해도 좋아. 자, 시작해 볼까. 어차피 정답은 없는 거니까 그냥 막 질러보자!”
- 팬데믹 시대에 어른들은 거의 다 백신을 접종하고 QR로 증명해야 어디든 갈 수 있었잖아. 그렇다면 중2병도 코로나19처럼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까.
- 중2병이 질병이라면 무슨 과에서 진료할까. 내과나 외과는 아닐 테고, 소아청소년과일까.
- 신경과 아닌가. 중2병은 자아의 혼란에서 온다고 하던데 그게 뇌의 영향이라고 들었어. 그러니까 신경과가 맞을 거야.
- 중2병은 마음의 영역이지. 마음을 치료하는 건 정신건강의학과잖아.
- 그만 좀 놀아라, 콜라 먹지 마라, 폰 그만해라, 텔레비전 그만 봐라, 하지 말라는 것이 왜 이렇게 많은지. 이러다간 숨 쉬는 것과 공부 빼고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할 것 같아.
- 어른들은 기다릴 줄을 몰라. 뭐가 그렇게 바쁜지 빨리빨리, 어른들은 모두 빨리병에 걸렸어. 빨리병도 질병일까. 빨리병은 무슨 과로 가야 할까. 중2병 백신보다 빨리병 백신부터 개발했으면 좋겠어.
- 코로나19는 바로 백신을 만들었잖아. 홍역, 콜레라, 독감 등 다 백신이 있는데, 중2병 백신은 왜 없을까.
- 백신이 왜 없냐고? 중2병은 질병이 아니기 때문이지.
- 그래도 질병관리청에 의견을 모아서 보내볼까. 중2병 백신을 만들어 달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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