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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May 29. 2019

20대지만 등산이 좋아요

내 하루의 편린들 3

    


by 선연



    올해 1월 1일 15시경, 우리 집 뒷산에 올라갔다 왔다. 그때부터인가. 우리 집 뒷산에 종종 가게 되었다. 사실 등산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건 내게 마냥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도 우리 집 뒷산, 즉 동네에 있는 나지막한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일단은 등산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 나에게 이점이 많은 운동이기 때문이다.    







1. 돈이 들지 않는다.


벌어놓은 돈으로 생활하는 나에게 지출이란 무서운 것. 청첩장도 보내지 말아 주라.. 카톡의 생일 알림 기능은 좋으면서 부담스럽다. 비용이 들지 않는 운동이라는 점은 아주 매력적이다.     



2. 씻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등산 가면 땀난다. “등산 갔다 와서 씻으면 되지 ^^ 히히”라는 합리화로 씻지 않고 모자를 쓰고 간다. 귀차니즘에 딱이다. 준비물과 준비동작이란 없다.

    


3.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다른 운동을 하러 가면 수양이 부족한 나는 한마디로 남 눈 의식 쩐다. ‘저 사람은 어떤 모양과 색깔의 운동복을 입었고, 몸매는 어느 정도구나.’ ‘저 사람은 화장을 저렇게나 많이 하고 왔네.’라는. 또한, ‘그나마 여기서 내가 좀 괜찮네’라는 어처구니없는 나의 자의식도 스스로 짜증 난다. 이러한 눈을 가진 내가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비교의 시선을 버리지 못하면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망도 버리지 못했다.

     

내가 주로 가는 평일 뒷산은 사람도 별로 없고 동네 주민들만 오기에 그다지 남 눈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리고 나를 그렇게 신경 쓰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내가 신경을 안 쓰기 때문에 그들도 나에게 신경을 안 쓴다 라고 생각하는 건지 어떤 것이 전후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등산 갈 땐 버려도 상관없는 상의와 후줄근한 트레이닝 바지를 입는다. 물론 쌩얼로,

   

   

4. 정해진 운동 시간이 없다.

 

2가지 의미이다. 첫 번째, 운동을 등록하면 보통 정해진 요일, 정해진 시간대에 수업을 들으러 가야 하는데 불규칙한 근무였던 나는 유동적인 스케줄을 가진 운동센터를 알아봐야 했다. 매번 그러한 운동센터들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귀찮았다. 하지만 등산은 해 뜨고 해 지기 전까지 가면 된다.


두 번째, 내가 하고 싶은 만큼 등산하고 오면 된다. 누가 등산 가면 무조건 정상까지 갔다 오랬나? 아무도 시킨 적 없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는 산의 중간까지만 갔다 오거나, 산의 중간에서 운동 기구들을 통해 스트레칭만 하고 내려와도 기분 좋은 등산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몸의 상태가 좋은 날에는 집 뒷산을 크게 한 바퀴 돌고 내려오기도 했다. 등산은 내가 정하는 주도성 있는 운동으로 느껴졌다.   


       

5. 자연과 마주할 수 있다.


이때까지 내가 한 운동들은 대부분 실내에서 이루어졌다. 기껏 해봐야 운동장 뛰기가 야외운동의 전부다.     

등산을 하면 어떠한 형용하지 못하는 에너지를 산으로부터 받는 느낌이 든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인 것이 당연하지만 더욱 당연하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나는 자연으로부터 왔으며, 잠시 머물다 곧 자연으로 돌아갈 사람인 것을, 망각한 내 뇌에 자극을 주는 기분이라고 할까..       







    유년시절 잘못된 인식과 경험으로 만들어진 등산에 대한 부정적 오해를 한 꺼풀 내려놓으면 등산은 이점이 많은 운동으로 활용될 수 있다. 번지르르한 고급 등산 브랜드 옷도 필요 없고 우리나라 명산이란 명산을 쫓아다니며 유난스럽고 분주하게 다닐 것도 없다. 내가 느끼기엔 진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일 동네 뒷산에 오르는 게 일상인 꾸준하고 소소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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