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이가 글을 밝히는 여자가 된 이유 두 번째
13. 당신의 질투는 어디에 위치해 있습니까?
박태이는 코로나로 전 세계가 초토화되고 있던 어느 날, 시황을 알기 위해 웹에 접속한다. 검색에 검색을 타고 들어가다 보면, 결국엔 초기에 목적하는 바와는 전혀 다른 페이지에 도착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어쩌다 이 글을 읽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박태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 글이 있었다. 그건 한 블로그 이웃님이 추천해주는 책 소개이다. 박태이는 곰곰 생각한다.
‘저자 이름이 낯익은데, 설마?’
그 책의 저자는 예전에 알고 지내던 분이 맞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 저자분의 소식을 확인한다. 반갑게 인사를 할까 하다 박태이는 관둔다. 소식이 끊긴 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축하는 추후에 하기로 하고 슬그머니 이웃만 추가해둔다.
이럴 때의 박태이는 자신이 무척 응큼하게 느껴진다.
코로나로 모든 생활이 멈춰버렸기 때문에 박태이는 할 수 없이 너무나 자주 웹에 접속한다. 이웃을 추가해둔 지인은 종종 피드에 등장한다. 그의 소식을 띄엄띄엄 읽는다.
종합하면 이렇다.
“결혼 후 고된 육아에 대해 힘든 내용을 글로 썼다.”
박태이는 그 말을 곰곰 곱씹는다.
비슷한 나이의 박태이 역시 비슷한 인생행로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결론은 무엇인가. 한 사람은 작가가 되었고 박태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박태이는 또 곰곰 곱씹는다. ‘저 사람은 분명히 나와 다른 뭔가가 있었을 거야!’
두 눈을 부릅뜨고 sns를 읽던 태이는 ‘글쓰기 수업’이라는 단어에 꽂힌다. ‘매일매일의 일기’라는 말에 꽂힌다. 이토록 멀리 보며 이 길을 걸어온 사람 앞에 박태이는 순간 마음이 쫄린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정말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이 순간 박태이는 자신이 몹시 쓸모없는 인간 같기만 하다. 박태이에게 지난 생활 동안 남은 것은 일기 몇 줄과 사진 몇 장이었다.
박태이는 쓰레기를 비우다 말고 생각한다.
왜 나는 책을 낸 지인에게 인사를 할 수 없었는가.
박태이는 또 양치를 하다 말고 ‘우리 집 구 씨’에게도 묻는다.
왜 나는 그동안 글 한 줄도 쓰지 않았는가.
구 씨는 늘 그렇듯 시큰둥하게 대꾸한다.
“그야 뭐, 쓰는 게 힘드니까 그랬겠지. 넌 그동안 다른 일을 했을 거야. 잘 생각해 봐.”
하지만 태이는 아무것도 떠오르는 게 없다. 아기의 동영상은 남았지만 아기를 보는 자신의 동영상은 남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알겠어. 그건 질투 때문이야!!” 태이는 세탁기를 앞에 두고 혼잣말을 한다.
글태이이자 현태이인 박태이는 시간을 들여 소설쓰기 수업에 갔지만 A4 1장도 쓰지 못하던 자신이 떠오른다.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을 것 같아 피해왔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할까 봐 두려웠던 시간들도 떠오른다.
직장이라도 잘 다니자고 생각했다. 그 다음엔 결혼을 해서 안정적이 되자고 생각했다. 그 다음엔 아기를 낳을 때인 것 같았다. 그 다음엔, 그 다음엔, 아마도 글을 쓰지 못할 핑계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동시에 태이는 인정한다. 자신은 쌓아놓은 게 없다는 걸 말이다. 만약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여기서 접어버리면 질투만 하다 영영 그 사람에게 인사를 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도 안다.
질투는 내가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또 다른 말이다. 또는
질투는 내가 그 사람보다 작지 않다는 걸 내가 안다는 강렬한 표현이다.
박태이는 그날부터 쓰기 시작하는 사람이 된다. 일기인지 에세이인지,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장르는 불명확하지만 새벽에 일어나 마구 써서 sns에 마구 올린다.
또한 이런 말도 쓴다.
“질투를 하느니 보다 오늘의 글을 한 자라도 써보겠다.”
사람들은 마구마구 공감해준다. 다들 언제 한 번씩 질투 몹시 해본 사람들 같기만 하다.
박태이는 불현듯 ‘잘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니아니, 고개를 세차게 흔든 다음 어떻게든 '해야(doing)' 잘 된다는 생각을 생각한다.
거기서부터 “A writer is born”이 시작될 줄은 아무도, 심지어 박태이 본인조차도 몰랐다.
-22101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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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riter is born . 을 적고 있는 박태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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