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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Oct 17. 2024

 한 번 상상해 보세요. 뱀에게 물렸는데, 그 고통을 치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뱀을 쫓아가 “왜 나를 물었냐”고 묻기만 하는 모습을요. 그렇게 미련한 모습이 과거의 제 모습이었습니다. 특별한 마음을 주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집착했습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왜 나를 아프게 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제 마음속에 침투한 독은 점점 퍼져갔습니다. 그 독은 상처보다 더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종종 고통의 원인에 집착합니다. 나를 아프게 한 사람에게서 그 이유나 정답을 찾으려 애쓰죠. ’왜?’라는 질문에 사로잡히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을 치유할 시간을 잃곤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답을 찾는다고 해서 정말 상황이 달라질까요? 사실 그 대답은 상처를 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치유는 외부가 아닌,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시작됩니다.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시간 동안 분노와 원망은 제 마음을 갉아먹었습니다. 누군가가 “분노는 내가 독을 마시고 상대가 고통받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상처를 받은 이유로 상대가 고통받길 바라면서도, 결국 그 고통은 오로지 제 몫이었으니까요. 오래 화를 품고 있으면, 그 독은 나만을 무너뜨릴 뿐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그 상처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입니다. 상대에게서 답을 찾으려 애쓰는 것보다, 나 자신을 치유하고 보살피는 것이 훨씬 더 소중합니다.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 여유를 두고, 스스로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죠. 그렇게 조금씩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가 될 수 있습니다.


 분노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단순히 상대를 용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한 선택입니다. 상처를 받아들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상처 대신 평화를 선택하고, 분노 대신 나 자신을 위한 긍정적인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이 선택은 쉽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점차 나아질 수 있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잠시 생각을 내려놓고 깊게 숨을 들이마십니다. 상처를 준 사람에게 이유를 묻는 대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이 편안해질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 안의 혼란을 가라앉히는 일은 답을 찾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습니다.


 상처는 우리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그 상처를 지울 수는 없지만, 받아들이고 내 삶의 일부로 삼을 수 있습니다. 과거의 상처를 부정하기보다, 그것을 내 삶의 경험으로 삼아 나아가는 것입니다. 내 안의 독을 제거하고,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는 길은 결국 나 자신을 아끼는 데서 시작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나요? 여전히 분노를 품고 있다면 그 분노를 놓아주는 것이 나를 위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고통을 내려놓는 것이,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첫 걸음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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