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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Oct 20. 2024

이별

 사랑의 깊이는 이별의 순간에 비로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이 깊을수록 이별에서 오는 상실감도 그만큼 커지지요. 한때 내 삶의 전부였던 사람이 이제는 아무 상관없는 존재로 변해버린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인연의 끈이 끊어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질문과 억울함이 떠오릅니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은 종종 갑작스럽게 다가옵니다. 저녁을 함께하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던 중, 그가 내 삶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스쳤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나의 작은 세계가 흔들리며 무너질 듯한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잡지도, 놓지도 못하는 관계가 있습니다. 이미 끝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관계를 놓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친구와의 멀어짐, 그리고 특별한 사람과의 거리감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그와 헤어지는 일은 마치 차가운 바람 속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제 더 이상 내 곁에 없다는 현실을 마주할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상실감이 밀려와 숨이 턱 막히는 듯합니다.


 이별 후의 혼란과 고통은 마치 쏟아지는 비처럼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이 관계가 끝나야만 했는지 스스로에게 묻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없습니다. 함께했던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잊고 싶지 않았던 아름다운 순간들이 아프게 남습니다. 그 모든 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붙잡을 수 없음을 느낄 때, 이별은 더욱 비극적으로 다가옵니다.


 결국 우리의 추억은 지나간 시간에 불과하고, 이별 후 우리는 함께하기 전의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 합니다. 인연의 양이 다한 것일 뿐,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모든 관계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나답지 못해 겪은 이별과 나다운 모습에 애틋함을 느끼지 못했던 이별은 더 큰 상처를 남깁니다. 결국,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게 마련입니다.


 가끔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이별도 찾아옵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다른 매력에 눈이 멀어 나 자신을 잃어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떠난 후,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만약 그 관계가 더 오래 지속되었다면, 나는 더 깊이 상처받았을지도 모릅니다.


 살다 보면 내가 간절히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축복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들어온 사람들은 각자 고유한 역할을 다했으며, 그들이 떠남으로써 내가 배운 것들은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듭니다.


 사랑은 때때로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여 그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별의 순간을 지나고 나면, 우리는 결국 스스로를 다시 찾게 됩니다. 그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나 자신을 다시 끌어안는 순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과 감당할 수 없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남을 사랑하더라도 나를 잃지 말고, 나 자신도 사랑하고 잘 보듬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너무 뻔한 말이지만, 시간은 결국 해결해 준다고 믿습니다. 이별의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그 사람도, 나도 각자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고, 우리는 각자의 입장에서 억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인간은 모두 자신이 애틋한 존재이니까요.


 이별이 찾아올 때 억지로 붙잡기보다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기려 합니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을 것이니 부질없이 애쓰지 않고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아름다운 기억을 간직하고, 과거에서 배움을 얻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때로는 떠났던 사람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각자에게 필요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우리는 더 나은 모습으로 다시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더 깊고 성숙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기에 다음 이별이 찾아올 때도, 그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배웠다고 여기며 잘 보내주려 합니다. 아프겠지만, 이별이 서로에게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그 모든 과정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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