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양처.

- 저마다의 꿈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다.

by 실루엣


난 옛날 그시절 , 우리 동네에서 시험 쳐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고등학교를 나왔다. 과학고 외고 등 특수고가 유행이던 시절, 우리 동네는 그게 없었고 그곳을 갈 아이들까지 다 들어온 학교가 우리 고등학교였다. 그래서 서울대 연대 고려대, 소위 말하는 sky를 매년 300명 이상씩 보내는 지방의(?) 명문이였다.


연세대를 면접보러 갔을 때, 구내식당에서 누군가 내 밥값을 내줬다. 내 교복을 보고서는 내 선배라 하셨다. 시험 잘 치르라고, 교복 보니 반가워서 밥값 대신 치뤘담서 참 쿨하게 그 말만 하고 사라졌다.


그 학교에서 고 3때 반에서 1등, 전교 10등 안에 들었다. 악으로 깡으로(?) . 그런 학교에서 내신은 이미 말아드신지라 갈 수 있는 곳은 정해져있고, 거기라도 가자며 희망학과에 써넣었는데 무시당했다.


고2 내내 내 입시에는 상관없는 프랑스어 전국 외국어 경시대회에 시간과 맘을 쏟느라 수학을 하나도 모르겠더라. 거기에 우리 담임쌤이 기름을 부었다.


넌 외국어는 금방 잘하니까 영어라면 금방 따라잡을텐데, 어쩌냐, 수학은 벼락치기가 안돼. 1년으론 안된다.


너무 열받아서 집으로 가서 생전 처음 과외를 좀 받아야겠노라고 엄마한테 얘기했다. 서울대 공학대학원 학생을 붙들고 수학 정석을 2개월동안 통째로 외워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 달 모의고사에서부터 수학은 만점 또는 한개 정도 틀리는 성적을 유지했다.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내가 잘났다는 것이 아니다. 무엇에 대해 이를 악물었던 ‘나’ 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던 내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으며, 이것이 나의 꿈과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가에 관해 나 자신에게 묻고 있는 중이다.


난 꿈이 현모양처였어, 하하하


그 고등학교에 같이 다녔던 친구 중에 내게 항상 자신의 꿈이 “현모양처” 라고 깔깔 웃으며 말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도 아이가 셋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 가정이 깨져 본 적이 있는 이혼가정의 아이다.

그리고, 그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 중 현재 ’현모양처‘, 즉 전업주부인 사람은 그 친구와 내가 유일하다.


다들 한의사, 치과의사, 또는 의사, 대학교 강사, lh공사,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 선생님, 건축사무소 소장, 대기업 팀장을 너머 임원급으로 가고 있다. 아, 그 시절 내 베스트 프렌드는 유학을 가서 스탠포드를 나와 만수르로 잘 살고 있다한다.


그 유일하게 ‘전업주부’인 내 동창 친구는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모두 내려놓고 아이 셋에 올인하며 시골 집 근처 병원 접수처에서 계약직으로 알바생으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임을,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 자신이 이제껏 일궈온 사회적 identity를 버리고, 자신의 아이들의 곁으로 돌아간 이유는 , 자기의 슬픈 과거, 엄마 없는 아이로서의 결핍 있는 어린 시절을 밟게 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일 것이다.


그 ‘현모양처’가 꿈이었던 친구와 마찬가지로 나도 사춘기 시절 내 가정이 박살나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나의 인생의 모든 방향은 그것이었던 것 같다.


나의 온전한 가정


내가 주인인, 내가 안주인인, 그래서 남으로 인해 깨지지 않을 그런.. 나만 힘내면 지켜질 수 있는 그러한 <온전한 가정> 말이다.


참 naive한 꿈이면서도, 무시할 수 없는 원대한 꿈.

참 초라하면서도, 꼭 가져야만 다음 걸음을 꿈꿀 수 있는 슬픈 포지션..


주변에 꿈이 현모양처라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거든, 가벼이 흘려듣지 마시길. 그만큼 그의 삶이 이제껏 불안정했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모든 꿈에는 그마다의 사연이 있는 법이니까.


#꿈

#현모양처

#모든꿈에는사연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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