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기맘 Oct 07. 2024

9장. 뚜기의 태동을 뒤늦게 느끼게 되다.



은평 성모병원 첫 병원 진료가 있던 날, 국립의료원에서 진료받았던 기록과 의뢰서를 비롯한 개인병원 소견서 등을 지참하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때는 6월 25일 이 시기 타 병원으로의 예약이 정말 쉽지 않았던 시기라 상담 선생님이 병원 예약하신다고 정말 고생 많이 해주셨는데 그나마 가장 빨리 잡힌 병원이 은평 성모병원이었다.


병원은 1차 2차 3차 병원으로 나뉘는데 은평도 국립과 같은 2차 병원이었지만 이 병원 저 병원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그 당시 세브란스 병원은 예약 자체가 되지 않았고 당장 진료가 시급했던 시기였기에 은평으로 전원을 하게 되었다.


병원 도착 후 의견서 및 초음파 영상 등을 원무과에 제출하고 혈압 및 체중을 재고 초음파실에서 따로 초음파를 보았다. 국립 병원과는 다른 시스템이구나라는 걸 느꼈다 그리고 초음파 영상 녹화를 해줘서 그 점 하나만큼은 좋았다.


첫 전원 하는 날 첫 진료일인 21주 차 때 정밀검사를 했다. 태아의 기형 유무를 비롯해 장기 하나하나 손발 구석구석 심장 이상 유무 등 신체구조 이상 유무를 자세히 보는 검사인데 거의 초음파만 30여 분을 봤다. 초음파 검진 이후 담당 교수님을 만나 뵈었다.


교수님 인상이 생각보다 너무 좋으셨다. 진료 소견 또한 덤덤히 말씀해 주시는 게 오히려 산모인 나에겐 받아들이기 좋았다. 국립에서 들었던 진료 소견이랑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감염 내과 치료와 산부인과 진료를 병행해야 했고 지금 상황에서는 태아한테 딱히 해줄 치료가 없다는 게 전부였다. 확실히 원인을 알려고 하면 양수검사를 해보는 방법도 있으나 지금 이 시기에 굳이 추천은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날 초음파로 재 봤던 우리 뚜기의 복부둘레는 21주 차에 26주 크기를 넘나들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부어있는 게 맞는다는 소견 태아 수종이 맞는데 초음파로 봤을 때 폐에 혹이 생김으로 인해서 복부에 물이차 있는 거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태아가 잘 버텨주고 있으니 일단 지켜보자는 이야기가 내가 듣는 전부였다.


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그냥 아무것도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진짜 시궁창 같은 현실이었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되어온 건지 왜 초기 때 검사를 다 안 해서 여기까지 올 수밖에 없었는지 국립 서는 목 투명대 두껍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없는데 여기서는 목 투명대도 두꺼워 보인다고 그러고... 병원마다 조금씩 다른 소견이 있었고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하루하루를 나는 억지로 버텨낼 수밖에 없었다.


하루하루 심난한 마음으로 어디 속 마음 시원하게 터놓을 곳 하나 없이 지내고 있었지만 카카오톡 11월 예비맘들 오픈 채팅방에 참여를 하고 있었던 나는 그곳에 전부 다는 아니지만 아이 상태의 일부를  이야기하게 되면서 적지 않은 많은 위로들을 받게 되면서 복잡한 심경과 힘든 마음을 털어놓으며 조금씩 숨을 쉬고 있었다.


"뚜기 맘 아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대요. 뚜기가 잘 이겨내 줄꺼에요. "

"우리 뚜기 잘 이겨내줄 거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봐요 그럴수록 잘 먹어야 돼요 힘내요"

"이모들이 다 뚜기 응원하고 있으니까 뚜기야 힘내줘 응원하고 있을게!"

"뱃속에서 아프고 이벤트 많은 애기들이 태어나면 정말 건강하게 크기도 한대요!!"


얼굴 한번 본적도 없고 그냥 비슷한 시기에 출산 예정일을 앞둔 임산부라는 공통점이 고작 전부였던 그 공간에서.비록 말뿐일지라도 얼마나 힘이 되는 말이었는지 걱정해 준 모든 분들이 내게 해주는 말들이 순간순간 하루하루 정말 많은 큰 힘들이 되었다.


20주가 넘어가고 21주 차가 되는 주수였기에 나는 뚜기의 태동에 점차 반응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이 움직임이 태동인지? 아니면 내 뱃속에서 나는 그냥 내 소리인지 헷갈려서 태동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지만 간호 선생님이 "어어? 뚜기 움직인다 움직여!" 하는 말에 뱃속 아이 존재를 강하게 의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태담도 안 해주고 단 한 번도 '뚜기야~" 라며 불러준 적이 없었는데 불러주니까 뱃속에서 반응하는 뚜기가 참 대견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너무너무 미안했다. 뭘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서.... 대신 아파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이전 08화 8장. 3박 4일간의 방황의 시간들을 보내게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