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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기맘 Sep 16. 2024

3장. 감당할수 없는 오만가지 감정에 휘둘리게 되다.



심박수 96-98 사이에서 뛰어주고 있는 조그마한 태아의 존재를 확인하고 마냥 안심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아기 아빠의 사망 소식에 너덜너덜 해진 마음과 화재사고 당시에 말다툼을 하다 모진 말을 하고서는 집을 나왔기에 그 부분에 대해 "나 때문이야 내가 그런 말만 하지 않았어도...


내가 서운했던 마음들을 다 쏟아내지만 않았어도..""내가 그날 집을 나가지만 않았어도 조금만 그냥 참았어도..." 정말 이미 벌어진 일 앞에 온갖 복잡한 마음과 생각들이 들어 하루하루 너무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아기 아빠와 같은 직장서 알고 지냈던 지인들이 발인식 날짜에 맞춰 전화를 수없이 몇 통이 오고 안부를 묻는 카톡이 오고 했으나 나는 전화도 카톡도 제때 확인할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연락을 받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혼자 방 안에서 슬픔을 집어삼키며 흐느끼며 우는 날들이 많았다. 내 탓이라는 생각 속에 자책과 죄책감.. 그리고 이렇게 된 모든 상황들이 너무 원망스러웠고 한 편으로는 3개월가량 살 붙이며 살았기에 그리움과 허전함 또한 한꺼번에 파도가 밀려오듯이 모든 부분의 감정선들이 교차하며 너무 괴로운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슬프고 힘든 감정은 오로지 내 몫이었지만 이곳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과 속 이야기를 꺼내 보이며 이야기를 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억지로 이겨내 왔다. " 배 속에 아기의 심박수가 잘 뛰어줘야 할 텐데.." 걱정 보다 내 눈앞에 도래한 아기아빠의 사망 소식에 관한 힘듦이.. 미안함이 막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내 감정이 우선시되는 나날이 지속되었다.


그렇게 2주가 매우 허망할 정도로 그리고 매우 더디게 지나갔고 임신 주수 8주 차에 다시 병원에 가는 날이 돌아왔다."잘 있겠지? 잘 있을 거야..." 걱정 아닌 또 걱정과 불안함을 애써 감춘 채 병원에서조차 긴장감과 불안의 끈을 한가득 놓지 못했는데 초음파를 보는 순간 한눈에 봐도 그새 많이 자라 있는 태아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심장박동 수도 146 bpm으로 잘 뛰어주고 있다고 말씀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초음파 진료를 끝내고 나오는데 아기 아빠가 너무 생각이 나서 눈물이 그만 주르륵 흐르고 말았다. 서글픈 감정이 들었다.


진료실에서 주의 사항을 듣고 4주 뒤에 예약 날짜를 잡고 임산부수첩을 받아 들고 병원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엄마로서 뱃속에 태아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도 없이, 그저 나 자신의 감정에 도태되어 울고 힘들어하기만 했는데 그걸 아는 모양인지 스스로 잘 이겨내 주는 이 아주 자그마한 1.54cm밖에 되지 않는 태아가 너무너무 고마웠다.


저번에 진료 갔을 때도 이런 경우는 태아가 스스로 이겨내는 거 밖에는 없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기억에 떠올랐다. 그렇게 뱃속 아기에 대한 나의 걱정되는 마음을 뒤로 한채... 시설 생활에 적응하며 괜찮은 듯 괜찮지 않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하루하루를 며칠 몇 주간을 보내고 그렇게 악몽과도 같은 3월을 흘려보내고 4월을 맞이했다.


하루하루 안 가는 것 같은 멈춰버린 듯한 시간 속에서 하늘을 쳐다봐도 어떤 사물을 봐도 아무 감흥조차 없이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핸드폰으로 경찰서 형사님께 연락 한 통이 왔다. 추가적인 조사를 받아야 하므로 경찰서에 출석 요청 전화였다.


화재사고로 결국 하늘나라로 가버린 아기 아빠의 사망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기에 같이 동거 생활을 했던 동거인으로서 그리고 여자친구로서 화재사고 당일 유일하게 같이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날 아침에 집에서 말다툼이 있었기에 나 또한 추가적인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


임신 10주 차 병원이 아닌 경찰서로 조사받으러 다녀온 후 핸드폰 포렌식 조사를 하게 되어 핸드폰을 반납 후.... 정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나에게 닥칠지 몰랐기에 불안한 마음을 한가득 떠안고 지내왔다. 임신 3개월 기간 정말 조심해야 하는 임신 초기 기간임에도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었던 나날들이 쭉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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