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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평 May 06. 2022

식물을 선물한다는 것

- 알로카시아 프라이덱


본격적인 식물 생활을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났을 때쯤, 파주에 있는 한 식물 상점에서 초록색 벨벳 질감이 매력적인 알로카시아 프라이덱을 데려왔다. 그리고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새로 이사를 한 고등학교 친구 A에게도 내 것과 똑 같은 프라이덱을 집들이 기념으로 선물해 줬다. 조금 유치하지만, 우정 반지처럼 우정 식물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정확히는 내가 좋아하는 걸 나누고 함께 키우며 같은 감동을 나누고 싶었다. 


선물을 받는 이가 그렇게 식물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나는 식물을 선물하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너무나 익숙해지며 친구들 얼굴 한 번 보기가 조심스러운 이때. 기분 탓 인지 모르겠지만, 식물을 선물하게 되면 더 자주 연락하게 되는 구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선물한 식물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 있을 친구가 궁금해져 더 자주 안부를 묻게 된다. 또 친구가 키우고 있는 식물 의 변화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무래도 이전보다 화제가 풍부해지며 대화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르게 간다. 

떨리는 목소리로 죽이지만은 않겠다고 약속했던 식물 킬러, 친구 A가 예상외로 프라이덱을 잘 키워내고 있는 걸 보고 있자면 이미 20년 동안 알고 지낸 친구임에도 얘가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롭다. 식물을 통해 내가 지나쳐 왔던 그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다.



반드시 어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가끔은 예쁜 식물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사실 식물은 찾아보면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도 안되 는 친구들이 꽤 많다. (심지어 길거리에서 파는 다육이는 천 원 한 장으로도 살 수 있다).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일상에서 주고 받는 정도의 선물이라면 받는 이도, 주는 이도 부담 없는 선이 딱 그쯤이 아닐지. 고등학교 친구들에게는 귀여운 월동자 화분을, 피아노 선생님에겐 그녀처럼 매력적인 칼라데아를, 대학교 친구에게는 그녀를 닮은 청순한 안개꽃 화분을 선물했다. 그리고 조만간 회사 동료들에게는 그녀들처럼 야무지게 생긴 피시본을 선물할 예정이다. 식물을 선물 받은 그들이 또 내게 어떤 소식을 들려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선물은 반드시 특별한 날만 주고받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냥 나의 사람이 되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소중하게 곁에 남아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 때 한 번쯤 식물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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