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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Nov 01. 2020

소년이 소녀에게 - 11

다시 시작된 이야기


소년 -


그 애는  뒤로 며칠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걱정이 돼서 아무것도   없었다.  전화도 받지 않았고, 담임 선생님도 부모님을 통해서만 얘기할  있었다고 했다. 방과 후 친구들을 모두 보내고 혼자서 처음 그 애를 바라봤던 플라타너스를 걸었다.  길을 걷고 있으면 언젠가 신발에 톡톡 발을 끼워 넣던, 눈을 감고 바람 냄새를 맡던  애가 환영처럼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졌다. 좁다란 골목길을 돌아 버스 정류장으로  때까지 그렇게  애는.

보고 싶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같은  남자애랑 주먹다짐도 조금 했으니 일주일은 지났겠다. 하필 이제  문에 발을 하나 내려놓는데  애를 두고 정신병자니 뭐니 하는 소리 같은 게 들려와서 나도 모르게 그냥 주먹부터 날렸다. 그다음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두가 몰려와 나를 붙들고  새끼를 붙들고 그 새끼의 코에서,  입술에서 뜨겁고 검붉은 무언가가 뚝뚝 흘러내렸다는  밖에는.


그날부터는 틈만 나면 병원 앞으로 갔다. 언제  애가 올지 모르니까. 그러고 보니 집이 어딘지도 모르네 우리는. 학교가 끝나면 바로 병원 앞으로 달려가서 그렇게 앉아서  애를 기다렸다. 햇빛이 짙은 파랑이 되고, 짙은 파랑이 어둠이 되면, 창문을 통해 어둠을 가르는 불빛이 샌다.


그리고  다른 어둠이 드리우던 어느 날, 병원 앞에 쪼그려 앉아 핸드폰이나 톡톡이던 어느 날 그 애를   있었다. 며칠 사이 수척해진 얼굴에 그만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가 목구멍 끝까지 들어차 잠시 그렇게 묵묵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니가 .

니가 생각했던 그대로였어서.

-나랑 같이 있는 거 누가 보면 곤란한 거 아냐? 괜찮으니까 돌아가.
-미안해.

한참을 그렇게 우두커니 서있다가  애가 다시 걸어가길래 그냥 말없이  애를 따라 걸었다. 그렇게 걸어 걸어 한참을 지나오다 보니  애의 발걸음 닿는 곳은 다시 학교다.

운동장을 바라보고 앉은 내게  애가 물었다.

-입술은 왜 그래?
-그냥  싸웠어.
-싸움도 ? ?

니가 보고 싶어서. 속으로만 삭히고 말았다.

-그러게.  진짜 못된 애네. 쌈박질이나 하고.

이제서야  하고 웃는다. 말갛고 말간 얼굴엔 역시 웃는 게 어울려.

-내일부터는 학교 나올 거지?

 애가 입을 떼지 않던   되지도 않는  순간이  이렇게도 길게 느껴지는지.

- 학교 가면 뭐해줄 건데.
-글쎄.

 아직 16살이라  엄청 대단한 선물은 못해줄 것 같아서 미안하다. 대신 내가  수 있는 뭐라도 할게.


  마음이 딱딱한 돌멩이라면 내가  틈을 조금씩 깨 볼게.  마음이 굳게 잠긴 문이라면 열쇠를 찾아볼게.  마음이 수천개로 조각난 퍼즐이라면 내가 작은 조각  모아 맞춰볼게.


오늘 아침은  서둘렀다.  애가 오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30 일찍 도착해서  애가 오기 전에 책상을 옮겼다. 오랫동안 혼자였던   옆으로. 애들은 역시 귓속말이나 하고 주철이는  왜 그러냐며  검지 손가락으로  주변을 뱅뱅 돌린다. 선생님께는 말하지 않았다. 뭐라고 하면 그때 말하지 뭐. 뒷말이나 주절대던, 옆에 앉던 여자애는 혼자 앉든지 말든지. 


그렇게 책상 정리를 마치고 초조한 마음 꾹꾹 눌러앉았는데  애가 교실 앞문에  있다. 좁은 골목에서 처음 마주쳤던  순간처럼 예쁘게 놀란 눈을 하고. 다만 다른 것은 등 돌려 달아나지 않았다는 , 작은 미소를 얼굴에 올리고 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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